취업시즌 입니다. 기업마다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시험이 한창이고 취업준비생들은 어떻게 하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을지 임전무퇴의 자세로 일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대학 재학 중 피나는 노력으로 학점도, 영어 실력도, 봉사활동도, 외국대학 연수도 소위 ‘스펙’을 아주 완벽하리만큼 갖추어 놓고 세상의 문을 두드리지만 그 문을 통과하기는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2월 서울 한 사립대를 졸업한 건장한 청년, 훌륭한 스펙으로 몇몇 기업에서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필기시험까지 합격했으나 면접에서 번번이 실패해 ‘취업 재수생’ 신세가 됐습니다. 답변도 잘했는데 자꾸 낙방하다보니 이젠 면접에서 주눅이 들어 평소 알고 있던 것들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원인을 다각적으로 들여다 보다 의외의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많은 주변인이 ‘당신의 인상이 험상궂게 보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취업용 성형’을 하기로 하고 병원을 찾았고 의외로 자신 같은 사람들이 많음을 알았습니다. 취업철이 되면 성형외과를 찾는 구직자들이 20% 이상 늘고 있답니다.


한 성형전문 병원이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4%가 외모 때문에 ‘면접 실패’ ‘이성에게 거부당함‘ ’왕따‘ 등을 경험했으며 그 중 25%는 취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또 한 채용 정보업체가 기업인사 담당자들을 조사한 결과 인사담당자의 3분의 2 이상이 구직자의 외모가 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답니다.

얼마 전 한 여대생이 TV 프로그램에서 ”남자 키가 180cm가 안 되는 사람은 루저(loser)“라고 발언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 여학생은 지탄의 대상이 됐고 프로그램을 담당한 제작진들은 책임을 물어 교체됐습니다. 또 일부 사람들은 그 발언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일과성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기만 합니다. 물론 멋있고 예쁜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조금 덜 생겼다고 해서 차별을 받는다면 그 많은 ‘루저’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대처해야 할지 우려가 됩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외모지상주의는 보이지 않는 보편적 인식 속에 깊숙이 뿌리내렸고 시대의 지배적 가치가 됐는지도 모릅니다. 루저의 기준은 비단 키만이 아니라 몸무게, 머리숱, 눈, 코, 하나하나의 외모가 모두 비교 대상이 되고 성공과 출세의 변수가 됩니다. 너무나도 외모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그저 그렇게 생겼는데 사회의 보편적 가치는 왜 ‘루저’와 ‘위너’를 구분하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너’들을 보면 외모가 그다지 출중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몇몇 꽃미남 같은 사람도 있지만 언론에 등장하는 많은 분들은 옆집 아저씨나 할아버지 같은 분들입니다. 키도 크지 않으며 평범한 얼굴들입니다. 오히려 뜯어보면 볼수록 미남보다는 추남에 가까운 모습을 띠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선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표정이 온화하고 자상하며 엷은 미소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눈빛은 자신감을 담고 있으며 무엇인가 세상에 대해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신은 물론 남을 교화하려 하는, 사회의 긍정적 힘을 응집하려 하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타고난 외모는 세월이 가면서 상당한 변화를 겪는다고 합니다. 굳이 성선설을 신봉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태어날 때는 모두 순백의 마음으로 세상과 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갓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보면 평화로움 그 자체입니다. 자라면서 키도 크고 몸도 불고 인상도 변해갑니다. 어떻게 변하는가는 자신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40대 정도에 이르게 되면 인상은 타고난 것 이상으로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잘 알게 됩니다. 자신의 생활습관, 자신의 생각, 자신이 짓고 있는 표정에 따라 얼굴과 인상이 변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낍니다. 어느 정도 생활하다보면 자신의 삶 자체가 인상에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성격과 성품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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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있는 인상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얼굴은 무척 맑습니다. 또 그들의 주름엔 항시 잔잔한 미소가 번집니다. 내면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성형 바람’도, 한 여대생의 ‘루저 발언’도 우리 시대가 낳은 부산물입니다. 어느 누구를 꼬집어 탓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위너’는 생긴 것만이, 보이는 것만이 결코 기준이 아닙니다. 오늘 아침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이제껏 지나온 길을 잠시 반추해 봄은 어떨까요. 2009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시작되는 첫 날입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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