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단체협약 해지 통보에 노조 극한투쟁 맞대응 갈등확산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공기업 노조와 사측이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에 반대해온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의 발전 자회사와 한국가스공사 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을 해지하자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이에 따라 국가경제의 근간인 발전과 가스산업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발전사ㆍ가스공사 파업수순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발전사 사용자측은 발전 5개사에서 단일창구로 노사업무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동서발전(사장 이길구)이 사측 대표창구로서 발전산업노동조합을 상대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9월 18일로 끝난 단체협약의 갱신과 2010년도 임금교섭을 위해 협상을 벌여왔으나 지금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임금인상과 관련해 노조측은 3.6% 이상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정부의 공공기관임금동결 지침을 고수하고 있다. 단체협약 개정에 대해서도 노사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노조측은 조합원 범위확대와 해고자 복직, 전임자 증원 등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사측은 특히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현재의 유니온숍(입사시 자동 조합에 가입)을 오픈숍(가입 탈퇴 자율로)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조측은 조합을 와해시키려는 의도라며 거부해 노사 협상은 한치의 진전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노조는 지난 9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킨데 이어 지난 2일 조합간부의 선도파업, 6일에는 공공운수연맹의 공동투쟁본부의 총파업에 각각 참여,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발전사 사측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은 지난 4일 사측 대표자 자격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더이상 파업에 볼모로 잡히지 않겠다"며 단체협약 해지를 전격 통보했다. 노조는 이에 박노균 위원장 명의로 "6일 공투본 파업이후의 일정을 접고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했으나 이후의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못하자 다시 간부위주의 선도파업에 들어갔다.

발전노조는 남부ㆍ남동ㆍ서부발전이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구축에 나선 것과 서부발전의 교대근무 개편 등은 모두 인력감축 의도라고 비난했다.


민노총 공공운수연맹의 강성노조인 가스공사 노사도 발전노사와 비슷한 이유로 쟁의행위가 진행 중이다. 가스공사노조는 정부의 가스산업 민영화와 현 사장 취임에 반대하면서 사측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가스공사 노조는 임금협상과 단체교섭이 난항을 겪자 지난 6일 공투본 파업에 참가했다. 가스공사 사측은 유니온숍, 과다한 전임자 운용, 노조활동 지원, 순직ㆍ공상시 특별채용 의무, 간호휴직자 보수 지급, 순직ㆍ공상 퇴직자의 퇴직금 등의 단체협약 개정을 요구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가스공사측은 지난 6일 공투본 참여를 통한 파업이 불법이며 집행부의 투쟁명령, 문자메시지, 파업참여 독려를 이유로 지난 10일 노조집행부를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소했고,노조측은 단체협약 해지철회와 쟁취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오는 19일 필수유지업무자 1000여명을 제외한 조합원 2400여명에게 전면파업을 통보했다.


발전노조와 가스공사는 자체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을 벌인데 이어 21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공기관선진화 워크숍에 대응하는 파업을 가질 계획이어서 정면충돌 직전 상황에 도달했다.


◆단협해지 왜 하나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 사측이 이례적으로 단체협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노조와 맺은 이면계약 등이 문제인데다 앞으로는 노조와 맺은 합의사항 공개가 의무화되는 배경도 작용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노사관계를 투명하게 정립하기 위해 이 같은 대응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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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이 단체협약과 보충협약 등 노사가 합의한 모든 사항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공공기관 통합공시에 관한 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이에 따라 공기업들이 노조와 맺은 각종 이면합의 사항이 공개되면서 공기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단협 해지 통보에 노조도 적지 않은 동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협약이 해지돼도 직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종전과 같이 변함이 없다. 그러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 노조의 권리가 6개월 뒤에 소멸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노조측은 "단협해지 자체로 노동조건 등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회사는 전임자 업무복귀를 요구하거나 조합비 공제를 거부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조합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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