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정부가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수단을 도입해야 하는지를 놓고 시민단체와 학계, 재계 관계자들이 모여 열띤 논쟁을 벌였다.
9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적대적 M&A 방어수단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 공청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적대적 M&A라고 불릴 만한 사건이 있었는지, 적대적 M&A 방어수단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적대적 M&A 방어수단의 도입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를 준비한 권종호 건국대학교 법대 교수는 "새로운 제도 도입과 관련해 신중론과 긍정론이 극명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신중론의 입장에서 SK 소버린 사건과 KT&G 칼아이칸 사건은 적대적 M&A로 보지 않고 단순한 경영 참여시도로 보고 있다"며 "SK와 KT&G는 당시 대주주의 지분이 낮은 회사로서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 있었던 회사"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반면 긍정론의 입장에서 SK 사건과 KT&G 사건은 대규모 해외펀드에 의한 국부유출사건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들은 외국계 펀드가 적대적 M&A의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결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 발제자로 나선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대적 M&A는 극히 일부라고 지적하면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10년 간 공개매수는 총 83건이 있었는데 상당부분 지주회사 전환 또는 상장폐지용이었고, 외부에서 적대적 M&A가 있었던 것은 겨우 16건(12개 회사)에 불과해, 연평균 0.07%의 회사만이 적대적 M&A에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이 가운데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제의는 단 1건에 불과했고, 그나마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결국 최근 들어서도 적대적 M&A 위협은 거의 무시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최근 현금보유를 늘린 이유가 과연 경영권 위협 때문인가"라고 반문한 뒤 "잘못된 진단은 원래의 병을 고치기는커녕 다른 병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황인학 산업본부장이 반론에 나서 적대적 M&A 방어수단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황 본부장은 "포이즌필(Poison Pill)은 중소·중견기업에 더 필요한 제도로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한다"며 "포이즌필이 도입되더라도 무능한 경영진 교체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고, 강화된 견제장치도 함께 마련되기 때문에 남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황 본부장은 이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외국인 투자규모가 줄거나 M&A 시장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장 강력한 방어수단을 보유한 미국은 전세계에서 M&A가 가장 발달됐고, 일본은 포이즌필 도입 후 오히려 외국인 투자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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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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