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늦춘 신·경분리 갈등 불가피
신경분리 시기·형태 , 지원금규모 등 시각차 여전해
최종 안까지 산 넘어 산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농협중앙회사 2단계에 걸친 신용-경제 사업 분리안을 내놓으면서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그동안 농협 신경 분리는 농협이 당사자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사안이어서 정부는 농협 자체 안을 기다려왔다.
민관 합동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가 3월 분리안을 내놓은 지 7개월 만에 농협의 자체 안이 나오는 셈이다. 사실 신경 분리의 필요성은 농협의 본업인 농산물 유통보다 부업이라 할 수 있는 금융의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시작했다.
농수산물 유통은 만성적 적자 구조가 이어지는 반면 금융은 큰 수익을 내면서 농협의 인적·물적 자원은 신용 부문으로 쏠려 농협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일각에서 '농협이 농민을 지원하기보다 돈놀이에 열중한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신경 분리는 두 사업을 떼어내 본업인 농산물 유통을 활성화시키고, 금융 부문도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최종적인 신경 분리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정부와 농협 간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농협과 정부의 시각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신경분리 시기가 문제다. 정부는 농협의 단계별 분리안과 달리 오는 2011년 신용과 경제를 동시 분리할 것으로 내세웠다. 특히 신용사업 분리에 상호금융을 포함시켜 별도 연합회로 독립시킬 것으로 주장했다.
반면 농협쪽은 2012년 1단계로 상호금융을 제외한 금융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흑자경영 지속 등 전제조건이 충족 될 것으로 보는 2015년 경제지주사로 분리하는 단계별 분리안을 내놓았다. 또한 상호금융도 중앙회 내 대표이사제로 분리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농협측은 “경제사업은 수익, 정책, 부분적 지도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지주회사로 분리할 경우 사업 조직간 연계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지주회사로 전활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영리 생산자 단체로서 정책적 지원을 받던 많은 혜택이 영리법인인 지주회사로 전환 시 유지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신경분리에 따른 정부 지원금의 규모와 용처도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 농협이 6조원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향후 자산실사 등을 거쳐서 출자금을 결정하겠지만 농협이 요구한 금액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의 출자금도 결국엔 국민의 혈세인 만큼 신중히 집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농협측에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선 경제부분 7조1000억원, 금융 15조2000억원, 중앙회 1조1000억원 등 총 23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이익잉여금 확대, 조합 출자 등 자구노력으로 3조6000억원을 자체 조달하고, 정부로부터 6조원을 지원받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에선 중앙회는 별도의 자금이 필요 없이 경제사업 5조3000억원, 금융 12조1000억원 등 총 18조2000억원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농협과의 시각차이가 5조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정부는 조합원이 우선 출자하고, 회원조합 출자와 상호금융금고 투자 자금을 선 이용한 뒤에 부족시 정부가 출자해야한다는 방침이다. 현재의 중앙회 자본금을 경제사업을 분리해 만들 경제지주회사에 우선 투입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경제사업 위주로 신경분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인 반면, 농협은 신용사업 중심의 모양새를 선호하고 있다. 농협은 신용사업을 떼어내 만들 금융지주회사는 100% 농협이 지분을 소유하기를 희망한다. 정부 지원금이 흘러들 경우 자율성이 훼손되고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종적인 신경 분리안은 정부의 안과 농협의 의견이 절충된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도 "농협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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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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