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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바로서야 자본시장 산다]<상>'늙어가는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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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불능 신(神)의직장..윗선 넘치고 후배 줄고"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공공기관이면서 주식회사인 현 상황이 유관기관에 큰 혼선을 주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때로는 주식회사로서의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며 높은 임금 등을 합리화하고 때로는 유관기관들에 대한 시장감시,평가,감리 업무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가 한국거래소의 카멜레온적 성향을 단적으로 지적한 말이다.
거래소가 제 역할을 상실하면서 증권업계가 어느 정책에 맞춰 움직여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올초 공공기관으로 지정 된 것은 독점기업임에도 적절한 감시를 받고 있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증권사ㆍ선물회사 등 회원사 대다수는 공공기관 지정 후 8개월이 지난 현재 한국거래소의 본질적인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원사들은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한국 증시 심장부인 한국거래소는 내부에서조차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마찰의 근본적 원인은 인사적체와 업무의 비효율성에 있다.내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공기업 인원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한국거래소는 10% 내외 수준의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인원 감축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조직 혁신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인사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원 감축이 없다면 신규 채용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 노령화ㆍ낮은 생산성 등으로 내부 혁신ㆍ조직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주식호황기를 맞아 지난 80년 후반 입사한 차장급 이상 직원들이 전체의 25%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 인사적체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공공기관 지정 후 밥그릇 싸움도 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직책 정년제 등 인사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단일 노조와 통합 노조간의 노ㆍ노 갈등과 노ㆍ사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ㆍ부산거래소 사옥 로비에서 90여일 간 진행되고 있는 이 농성은 거래소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노조 소속 구성원들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인사 정책에 대해 한국거래소측은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그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내부적인 갈등을 지켜보면 걱정이 앞선다"며 "내부 성찰 및 집안 단속없는 해외 진출 등 외부적 활동이 훗날 사상누각의 화근이 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증권업계에 제시하는 자본시장 정책 방향 등이 신빙성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증권업계 사이에서 사실상 상급 단체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거래소가 집안 단속을 하지 못하는 모습은 믿음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본시장 협업을 경감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ㆍ외부적인 갈등ㆍ문제점 돌출에도 한국거래소의 대외적 대화 창구는 좁아지고 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대(對) 언론 홍보예산은 공공기관 지정 전 대비 4분의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정환 사장은 한 언론기관과의 만남에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후 홍보부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며 "낮은 보폭으로 조용히 일하며 외국 출장 등에 집중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대외적인 대화의 의미를 대폭 축소시켜 말했다.

복리후생에 관한 무분별성ㆍ도덕적 해이도 주요 지적 대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해외연수를 위한 토플(TOEFL)등의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더 많은 구성원들에게 자기계발 기회를 줘 중ㆍ장기적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한 내부 관계자는 스스로 "해외연수는 자기계발이 아닌 휴식처로 여기고 있다"며 본 취지와 대비되는 내부 인식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연수 후 영어 실력보다 골프 실력이 신장된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가계 비용 절감으로 기존 차종이 바뀌는 직원도 봤다"고 고발했다.

신입사원ㆍ임직원 임금 삭감ㆍ각종 해외진출 등의 노력을 통해 기존 신(神)의 직장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는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의 큰 변화 속에 증권업계가 기대하는 눈높이에 맞춰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야 할 때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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