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다시 돌아보는 황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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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훈 부국장 겸 금융부장] 금융계의 스타 최고경영자(CEO)의 한 사람인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달 29일 눈물의 퇴임식을 마쳤다.


그는 감정을 추스릴 틈도 없이 조그만 사무실 하나를 얻어 국정감사를 준비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정감사에서는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대한 감독당국의 책임론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 전 회장은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국정감사를 거친 다음에는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액면대로 한다면 그가 감당해야 할 손해배상 청구액은 1조원대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수 밖에 없다.


증권 및 IB(투자은행) 부문과 굴지의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황 전 회장은 금융과 증권의 융합화를 지극히 당연한 세계 금융계의 흐름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같은 파생상품 투자를 놓고 CEO로서 보다 유연한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잘잘못은 이미 금융당국이 판단을 한 문제이므로 나중에 법원이 공정한 잣대로 그 평가가 정당했는지 판단하면 된다. 따라서 그 문제를 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일선 취재현장에서 황 전 회장이 우리금융을 이끌던 모습을 보았던 기자에게는 당시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과연 황 전 회장은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나랏돈을 날린 무능한 경영자인가. 그가 나랏돈을 허공에 날린 무능한 CEO로 폄하되는 사이 우리는 그가 남긴 중요한 업적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황 전 회장은 취임이후 역대 우리은행의 실적 중에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거뒀다는 점이다. 그가 재임한 기간동안 우리은행은 총 6조842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경쟁은행인 신한은행의 순이익에 비해 1조5221억원이 많은 수준이다.


이익이 늘었으니 주가도 올랐다. 취임 당시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공적자금 상환에 모자란 9250원이었지만 그가 퇴임하던 시점에는 2만3250원까지 주가가 올랐다. 총 12조원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를 정부가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주가는 1만7800원이다. 만약 이때 민영화하거나 주식을 팔았다면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남았을 정도다.


하나가 더 있다. 재임 기간 그는 LG투자증권을 인수에 성공했다. 그가 LG투자증권 인수에 투자한 돈은 모두 2975억원. 퇴임 시점에 이 주식의 가치는 2조20000억원으로 늘어났다. LG투자증권 인수로 우리금융지주 시가총액도 7조원에서 16조원으로 늘어났다. 그가 거둬들인 이익이 2조원 이상인 셈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반대해 인수에 실패한 LG카드는 신한금융그룹의 품으로 넘어가 신한금융이 금융권 2위를 확고히 다지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황 전 회장이 파생상품 투자에 실패한 책임을 전적으로 진다고 하더라도 그가 우리금융 회장 및 우리은행장으로 재임하는 기간에 국가에 벌어준 돈은 모두 1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예보의 반대때문에 다른 금융권 CEO가 모두 받았던 그 흔한 스톡옵션 한 주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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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이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도 법원에서도 진행될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 책임론 공방에서 황 전 회장의 공과 과를 균형있게 평가하기를 기대해본다.


"삼성그룹의 CEO를 그만두고 우리금융 회장으로 간다고 아버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무척 반대를 하셨다"고 사석에서 말했던 황 전 회장의 얘기가 생각한다. 어쩌면 그의 부친은 이같은 험난한 길을 예감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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