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가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가운데 미국 감독당국이 규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소불위의 시장지배력을 행사했던 신용평가사들이 설 자리를 상실할 위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7일(현지시간)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신평사들에 대한 감독을 대폭 강화했다. SEC가 이날 통과시킨 규제방안에 따르면 신평사들의 평가 자료 공개 의무가 강화됐고, 은행 역시 금융상품 평가에 사용된 자료를 모든 신평사들과 공유해야 한다.
신평사들은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과거 등급에 대한 더 많은 자료를 공개를 해야 하는 등 강화된 의무를 지게 됐다. 이런 원칙들은 신평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주체가 금융업체든 투자자든 상관없이 적용된다.
아울러 은행들은 신평사들로부터 부여받은 사전등급을 공개해야 한다. 은행들이 최고 신용등급을 받은 상품들을 미리 쇼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메리 샤피로 SEC 위원장은 “투자자들은 평가 등급에 따라 투자 결정을 달리하기 때문에 신용평가업계는 더 강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신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보험감독협의회(NAIC)는 신평사들에 대한 보험업계 의존도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가 보유한 등급 채권의 규모는 약 3조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신용평가업체들의 가장 큰 고객에 속한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가 신평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경우 상당한 매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 규제당국은 보험사들이 채권을 매입할 때 등급 평가를 신용평가사 대신 평가 능력을 갖춘 다른 금융기관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신평사의 등급 평가가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주택저당채권(MBS)를 포함해 신평사가 높은 등급을 부여한 채권에서 실상 커다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평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위기의 주범으로 내몰리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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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를 대체할 잠재적인 대안으로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리서치 업체 리스트메트릭스 등이 꼽히고 있다.
NAIC는 다음 주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듣는 청문회를 가질 예정이다. NAIC의 방안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신평사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고, 움직임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업계 전문가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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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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