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한자 시험까지.. '산 넘어 산'


"금연운동 동참한다고 담배도 끊고 영어시험, 한자시험 준비하느라 스터디 모임까지 만들었습니다. 임원이 된다 해도 편치 않아요. 분기별로 평가하고 바로 인사내고, 성과를 바로 내지 못하면 퇴사로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년이나 임원승진에서 고배를 마신 입사 22년차 C부장의 하소연은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고민거리가 됐다. 회사만 꾸준히 다니면 알아서 승진되는 풍경은 옛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힘겹게 입사한 뒤 영어와 한자, 역사시험까지 치러가며 부장까지 진급하면 상사ㆍ부하평가, 사생활 평가까지 받아야 하는 임원승진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입사에서 임원까지,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포스코에서 승진하기 위해서는 금연, 건강관리가 필수다. 올 연말까지 금연에 실패할 경우 인사 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식 발표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최근 '살빼기 운동'까지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포스코는 비지니스 협상이나 의사결정 기술 같은 경영기본 자질에서부터 문화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필수 역량을 승진시험을 통해 채점한다. 승진을 원한다면 철학ㆍ문학 등 인문학강좌도 들어야하며 임원회의를 대비한 영어 말하기 연습도 게을리해선 안된다.

웅진그룹 역시 전 그룹 임원들의 금연을 의무화하고 흡연자는 임원승진 대상자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10월까지 금연서약을 받고 동참한 직원들에게는 자전거를 선물하며 이 같은 움직임을 독려하고 있다.


역사시험과 한자시험도 등장했다. 롯데의 경우 3년 전부터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이 직장인과 글로벌 인재로서의 기본 소양이라는 이철우 사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진급 년차에 따라 부장·과장 진급 대상자는 대학 교양과목 수준인 '한국사능력시험 2급'을, 계장·주임 진급대상자는 고교 국사 수준인 '한국사능력시험 3급'을 각각 이수해야 한다. 특히 이 사장이 시험 감독에 직접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승진의 절대관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밖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입사시험부터 임원 이전의 전 승진시험에 한자능력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동아제약 역시 강신호 회장이 직접 한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난 1998년부터 한자시험을 승진 필수 과정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힘들게 얻어낸 임원 자리일수록 지키기는 더 힘들다. 삼성의 경우 임원이 된 직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해 승진 1년 만에 퇴사하는 경우도 있으며 외국인 경영진이 많은 LG그룹 임원들은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영어공부'에 열을 낸다. SK는 자체 임원 평가시스템을 통해 상반기 평가, 하반기 곧바로 인사를 낼 뿐 아니라 외부교수까지 섭외해 전략, 재무, 기술 등을 평가하기 때문에 임원 들은 연중 '공부'로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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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팅 전문업체 커리어케어의 박선규 상무는 "최근 임원들이 감당해야하는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정신건강'까지도 중요한 심사기준이 됐다"면서 "학벌도 중요요소로 작용하면서 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찾는 임원들이 많아 밤이면 경영대학원 앞마당이 검은 세단으로 꽉 찬다"고 귀띔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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