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업빌딩에 입주했거나 기업과 함께 건물을 쓰는 대사관들은 터키 대사관을 비롯해 10여군데를 훌쩍 넘는다. 터키대사관은 서빙고동의 속옷기업인 비비안 건물 4층에 입주해 있다.
과테말라 대사관은 소공동 롯데호텔, 파나마 대사관은 적선동에서 현대해상화재와 함께, 그리스 대사관은 장교동 한화빌딩에, 엘살바도르 대사관은 태평로 삼성생명빌딩에 들어가있다.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빌딩은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리랑카,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핀란드의 무려 7개 대사관이 쓰고 있다.
이같이 대사관 입지에 대해 박수진 서울대(지리학) 교수는 '서울시 대사관의 공간적 분포특성' 논문에서 "(세종로에 대사관을 마련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 중에서 소규모 공관을 운영하는 국가들은 주로 사무실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국, 일본처럼 한국과 교류가 많은 나라는 독자적 공관을 사용하지만 교류는 규모는 좀 작아도 국가의 경제수준이 높은 나라는 중앙정부가 있는 세종로 주변에서 임차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기업빌딩이 많은 세종로에 입주한 대사관은 지리적으로 자연스럽게 기업들과 이웃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남동과 용산지역에 있는 대사관들은 낮은 지가와 한남로 변에 있는 외교통상부 장과 관저, 외국인 편의 시설이 많은 점을 입지 선호 조건으로 박 교수는 풀이한다.
그러나 기업 건물에 대사관이 들어가는 데는 조금 부정적인 시각이 없지는 않다. 원칙적으로 외교기관과 외교사절의 숙소에서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다. 기업건물에 대사관이 입주하면 '집시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도 옥외집회나 시위의 무풍지대가 되는 셈이다.
이밖에 기업주의 개인적 관계가 눈에 띄는 곳도 있다. 그리스 대사관이 입주한 한화빌딩의 경우, 1984년부터 그리스 명예 총영사를 맡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호의가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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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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