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오토바이 행렬. 신호도 차도도 없다.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와 매연을 견뎌내야 하는 지옥같은 시간들이 매일 반복된다.

출근길 오토바이 행렬. 신호도 차도도 없다.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와 매연을 견뎌내야 하는 지옥같은 시간들이 매일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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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군단 속에서 살아남기

베트남 생활 초기. 필자를 가장 곤욕스럽게 만들었던 건 바로 '길 건너기'였다.


당시 대학 근처인 시내 중심가로 하숙집을 옮기기 전 공항 근처에 한 두달 간 머물렀는데 매일 8차선 왕복 도로를 건너는 건 끔찍했다.

쉴세 없이 달려오는 오토바이 행렬이 언제쯤 멈출까 생각하며 길 건널 타이밍을 노렸지만 신호도 횡단보도도 없는 곳에서 한참을 주저하다 다른 사람 뒤를 쫒아 간신히 건너기 일쑤였다.


베트남에서 횡단보도 찾기는 어렵다. 그 말은 오토바이 역시 지킬 신호가 없다는 것.


때문에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누구의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2년 전부터 헬멧 착용을 의무화 하고 벌금을 강화하는 등 초강력 대응에 나섰지만 교통 인프라 자체가 미흡한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


주차장이 아니다. 베트남 시내 중심가는 항상 수많은 오토바이들로 붐빈다. 옆 오토바이와 부딪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주차장이 아니다. 베트남 시내 중심가는 항상 수많은 오토바이들로 붐빈다. 옆 오토바이와 부딪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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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것 같아 악몽같았던 순간들이었지만 베트남인들에겐 오히려 이런 내가 재미있나보다. 아무렇지 않게 그냥 천천히 걸어가면 오토바이들이 알아서 피해간다고 조언아닌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수백대의 오토바이가 나를 향해 돌진해 오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하다.


뿐만 아니다. 앞,뒤, 옆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란다.


오토바이들끼리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면 우리나라 같았으면 경찰을 부르로 한바탕 떠나갈 정도로 언성을 높이겠지만 이들은 '서로 바쁘니 대충 해결하자는' 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제 오토바이를 한 번 살펴보는 수준에서 끝낸다.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호지민인문사회과학 대학의 주차장. 학생들의 오토바이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호지민인문사회과학 대학의 주차장. 학생들의 오토바이로 발 디딜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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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택시 타보세요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베트남만의 독특한 교통문화가 있다면 그건 바로 '오토바이 택시'다.


일반적으로 세옴(Xe Om)이라고 부르는데 오토바이 등 바퀴달린 이동수단으 뜻하는 XE와 '끌어 안다'는 뜻의 OM이 결합한 단어다. 즉, 운전수 뒤에 안기어 간다는 뜻.


그러나 실제로 앞 사람 등에 찰싹 붙어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어릴 때부터 단련이 되어있어 그런지 상당히 균형을 잘 잡는다.


손님을 기다리는 세옴.

손님을 기다리는 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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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옴은 우리나라 택시처럼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다. 길 모퉁이나 가로수 밑은 물론, 골목골목마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그러나 가장 곤욕스러운 것은 일정한 가격체계가 없다는 것. 부르는 게 값이고 지불하는 것은 능력이다.


이들의 타깃 대상은 '외국인'.


실제로 이들은 외국인이 지나가기만 해도 오른손을 뻗어 '세옴!'을 외치며 손짓한다. 가끔은 내가 아는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현지사정에 미숙한 외국인들은 보통 2배 이상의 요금을 지불한다. 보통 여의도에서 강남까지의 거리를 가는데 3~4만동(2500~3000원) 정도면 충분하지만 외국인에게는 10만동까지 부르기도 한다.


때문에 부르는 값에서 5000~1만동 정도 깎는 것은 일반적이다. 만약 그래도 고집을 피운다면 다른 세옴을 찾는 척 해 볼 것. 손님을 뺏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가격을 깎아줄 것이다.


세옴에도 구역다툼이 있고 서열이 있다. 담합을 하기도 한다. 문화센터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세옴.

세옴에도 구역다툼이 있고 서열이 있다. 담합을 하기도 한다. 문화센터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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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자주 세옴을 탈 일이 있다면 괜찮은 세옴을 골라 필요할 때마다 부르는 것도 사기당하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가끔은 그러지 않아도 스스로 동선을 파악한 다음 일정한 시간에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팁 하나. 흥정이 귀찮거나 사기당하는 게 두렵다면 외국인들이 많은 시내 중심지나 번화가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는 세옴을 이용하면 좋다. 세옴도 나름 구역다툼이나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9000만 국민의 발 '오토바이'
최근엔 버스도 대중화 되어가고 있고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도 늘었다지만 오토바이는 여전히 서민들의 다리다.


오토바이 한 대에 서너명씩 탄 가족들, 헬멧을 쓰고 긴머리를 휘날리며 달리는 소녀들, 아오자리를 입고 몸맵시를 자랑하며 달리는 직장여성은 물론, 선글라스를 끼고 달리는 60대 할머니, 장 보러 가는 아주머니도 흔히 볼 수 있다.


법적으로는 2인 이상 못 타게 되어있지만 이처럼 가족단위로 3명이상 타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법적으로는 2인 이상 못 타게 되어있지만 이처럼 가족단위로 3명이상 타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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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오토바이 가격이 싼 것은 아니다.


오토바이의 대부분은 일본 혼다 제품이며 아예 '오토바이'라는 단어 대신 '혼다'로 쓰기도 한다.


오토바이 가격이 다양하다. 중국제 오토바이의 경우 100달러 미만도 있고 일본제품 중에
혼다 SH 300 i 는 무려 1만2000달러가 넘는다.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보다 더 비싼 오토바이도 있다고 한다.


베트남은 현재 2000만대가 넘는 오토바이들이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수요와 맞먹는 수준으로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개성있는 오토바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오토바이를 이용한 각종 서비스 산업도 활발해 지고 있다.


베트남 여성들의 '오토바이 패션'. 뜨거운 태양 아래 하얀 피부를 위해 팔과 얼굴을 온통 뒤집어 써야 한다. 무덥지만 아름다움을 위해 이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베트남 여성들의 '오토바이 패션'. 뜨거운 태양 아래 하얀 피부를 위해 팔과 얼굴을 온통 뒤집어 써야 한다. 무덥지만 아름다움을 위해 이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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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이 내년에는 2500만대, 2015년은 3000만대, 2020년대 들어서는 50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 경제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오토바이 산업이 국제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있는 영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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