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이 무너지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장기화되면서 평택은 안팎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거나 아예 폐업을 해 도시 전체가 썰렁하기 까지 하다. 평택 시민의 10%, 평택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다 보니 지역 경제는 초토화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지역공동체가 두 동강이 나고 있는 현실이다. "너의 아빠는 빨갱이지", "너의 아빠는 어용이잖아" 한 신문이 소개한 어린이들의 대화는 평택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말해 주고 있다. 농성 직원과 농성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 자녀들까지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은 이젠 낯 선 풍경이 아니며 예전에 같이 다니던 주민들끼리도 서로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등 적대심까지 내보여 동네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장기 농성사태가 해결된 뒤에도 갈라진 틈새를 봉합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지 오늘로 69일째. 경찰이 진입해 대치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10일째다. 그동안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져 생산차질이 1만3000대에 이르며 손실액도 3000억원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이미 청산가치가 회생가치를 넘어선 상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협력업체들은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은 이달 말까지 정상화하지 않으면 다음 주초 법원에 조기 파산을 요청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해 논 상태이다.


평택시장과 국회의원의 중재로 어렵사리 재개될 예정이었던 지난 25일 노사정회의도 사측의 일방적인 불참 통보로 무산된 채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노조 측은 현재 남아있는 인원만큼은 고용이 보장돼야 한다며 정리해고 대안으로 '순환무급휴직제'를 제안하고 대타협의 자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사측은 노조의 정리해고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점거 공장엔 음식물 반입이 중단된데 이어 지난 20일부터는 식수와 가스 공급도 끊겼다. 노조원들은 취사는 물론 여름철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으나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경찰은 공권력 투입을 위한 교두보 확보와 모의훈련까지 마치는 등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노조원들의 저항이 워낙 거세 자칫하면 인명피해를 비롯한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도장공장에는 인화물질이 엄청나게 쌓여 있고 노조원들은 새총과 사제 다연발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어 섣부른 공권력 투입은 '용산 참사'에 버금가는 대형 참사를 부를 수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촉구대로 식수와 음식물, 의약품의 공급을 재개하고 공권력의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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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이 지경까지 온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찰력만 현장에 배치한 뒤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릲세계 자동차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경쟁력이 떨어지는 쌍용차의 생존가능성은 대단히 낮다릳고 말하는 등 사태 해결보다는 청산가능성에 무게를 둔 듯한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으며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생존이라기보다는 반자본투쟁으로 정치적 이념이 상당히 깔려있다"고 비판하는 등 타협은 뒷전이고 대립만 증폭시키고 있다.


막다른 지경에 이른 쌍용차 사태는 노사끼리의 타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균열을 스스로 메울 힘을 상실했다는 주변 평가다. 이럴수록 대화를 이끌어 낼 중재자가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될 수도 있고, 정치권이 될 수도 있고, 정부가 될 수 도 있다. 공권력이 투입도 일종의 정부 개입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력적인 개입보다는 대화를 중재하는 평화적인 개입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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