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영상취재요원(VJ)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내주 수석부장판사)는 한국방송공사(KBS)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VJ와의 계약을 종료한 것을 부당해고로 인정한 재심 판정을 취소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 했다고 1일 밝혔다.
KBS는 지난 2007년 5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자 자사 소속 VJ 12명에게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라고 요구한 뒤 이에 불응한 VJ 10명과의 고용 계약을 같은 해 8월 종료했다.
계약이 종료된 VJ들 가운데 KBS 보도본부 내 뉴스 프로그램에 소속돼 근무하던 A씨와 B씨는 KBS 측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약 2달 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이를 기각함에 따라 지난해 초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가 "A씨 등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별도의 사유 없이 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라면서 복직 등 명령을 내리자 KBS는 "A씨 등의 업무 내용이나 역할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KBS 소속 취재 담당기자의 기획 의도에 따라 촬영 작업부터 편집 작업까지 지속적인 수정 지시를 받아왔고 이같은 업무수행의 대가로 매월을 기본단위로 해 일당에 실제 근무일수를 곱한 급여를 지급 받아왔다"면서 "(VJ들을)KBS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KBS는 2년 또는 5년 동안 A씨 등과의 근로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오다가 이들에 대한 비정규직 보호법 적용을 배제하기 위해 사업자등록 요구를 한 뒤 계약을 종료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KBS가 스스로 작성한 'VJ운영개선방안'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KBS는 A씨 등 VJ들의 근로형태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KBS가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뒤 마련한 'VJ운영개선방안'에는 ▲'본부 내 VJ 인력을 대다수가 프리랜서로 인식하고 있으나 현상황은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게 운영됨' ▲'개별사업자 등록은 VJ가 프리랜서로 인식될 수 있는 1차적 요소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KBS는 VJ들에 대한 프리랜서 계약서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이들의 인적사항과 학력 등이 적힌 '방송제작요원 기록카드'·'외부제작요원 신상카드'만을 만들어 관리해왔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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