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진행되던 주공과 토공의 통합논의가 얼마전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의 통과로 국회에서 마무리되었고, 두 공사는 법이 정한 준비기간을 거쳐 통합공사로 출범하게 된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지난 도시화시대에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택지와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왔고 여전히 산업단지, 임대주택 등의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공기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공사의 통합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이 지속되었던 것은 두 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중복되거나 밀접하게 연계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판교와 같은 하나의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택지의 조성은 양 공사가 하고 그 택지 중의 일부에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일은 주택공사가 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만약 신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국가나 공기업이 담당해야 할 공적인 임무가 있다면 그 임무는 하나의 기관에서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보다 통합공사가 출현하게 된 더 근본적인 원인은 도시화 이후 국가나 공공부문의 역할이 크게 변화되었다는 점에 있다. 서울 등에 널리 퍼져있는 뉴타운은 광역적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과제의 등장을 알리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를 집행할 수 있는 공공적 수단이 별로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뉴타운이 지정된지 벌써 7,8년이 되었고 이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벌써 몇년이 지났지만 뉴타운사업은 대부분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공공택지와 공공주택의 건설에 책임을 지는 통합공사에서 찾을 수 있는데, 새로운 공사는 입체환지와 같은 새로운 기법을 제도화하고 직접 도시재생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통합공사의 또 다른 임무는 서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임대형 공공주택을 적절하게 공급하는 일이다. 최근의 임대주택에 대한 제도개편으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강화된 것과 같이 분양아파트에 비해 저렴한 임대형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오랜 기간 방치된 국가임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통합공사는 그간 입지조건에서나 공급량에서 후순위에 있었던 임대아파트의 건설과 공급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 특히 단순히 값싼 주택을 넘어 국민의 지급능력(affordability)에 부합하면서도 수준 높은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방안도 모색돼야한다.

 

아직도 공공주택의 재고량이 미흡한데다 주택문제 해결도 여전히 숙제로 남은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공사의 역할은 간단치 않다.

 

장기적으로 또한 통합공사는 아파트를 주된 주거형태로 하는 한국사회의 특성을 고려해서 아파트에 대한 통합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제도에 반영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에 주로 관심을 두는 초기의 주택법제가 아파트의 관리로 규제의 무게중심을 이동할 때가 되면, 그 역할의 적임자가 바로 통합공사일 수밖에 없다.

 

양 공사의 통합은 불가피하게 중복되는 영역의 축소를 가져오고 인력감축 압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공사는 업무중복만을 이유로 탄생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도시재생, 임대아파트공급, 공동주택관리, 국가산업단지조성 등 새롭게 변화한 환경에 맞는 국가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새로운 과제에 적합한 적극적 조직을 편성해서 출범해야 할 통합공사가 단순한 수치상의 인력감축에 연연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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