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조기집행에 하반기 여력 약화.. '눈덩이' 적자도 계속
재정 조기집행 방침에 따른 올해 상반기 재정투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하반기 재정 여건이 악화된데다, 재정적자마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본예산 156조1000억원과 추가경정예산 4조7000억원 등 총 160조8000억원을 집행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집행금액 109조원에 비해 51조8000억원, 비율로는 47.5%나 늘어난 것이다.
반면, 하반기에 집행 가능한 재정 규모는 본예산 101조6000억원, 추경예산 10조4000억원 등 총 111조90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지난 해 하반기 집행금액 109조원(공기업 투자 3조원 포함)과 비교할 때 불과 2조9000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액수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각종 경기지표들이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 만들어낸 결과란 점을 감안할 때, 재정 여력이 줄어드는 하반기엔 경기회복 속도가 한층 둔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한 각종 감세정책에 따라 세수 감소폭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여 재정건전성 확보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당장 올해 정부의 관리대상수지는 51조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기록하며 지난해의 1.7%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국가채무도 366조원으로 GDP의 35.6%로 지난해의 30.1%보다 커졌다.
이에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대규모 재정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비과세·감면제도 중 목적을 달성했거나 성격이 유사한 특례조항을 우선적으로 정비하는 등 세출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재정수지 적자를 메우려면 세수 증대가 꼭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가 어렵단 이유에서다.
원윤희 한국조세연구원장도 "재정건전성은 경제가 좋아질 때 세수가 늘어나면서 달성되는 것이지 의도적인 증세(增稅) 정책을 쓰는 건 맞지 않다"면서 "다만, 조세 공평성 등의 측면에서 불필요한 비과세 감면을 어떻게 줄일지 등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반기 재정 여력 약화에 대해선 뚜렷한 해결책을 못 내놓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단은 상반기에 집행된 자금이 하반기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경기에 큰 흔들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하반기에 민간부문의 경제 활력이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신하지 못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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