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상승 분위기에 악재마저 호재로 인식..현실과의 검증은 불가피
예전에 재밌는 실험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밝고 유쾌한 영화를 본 실험 참가자와 무겁고 침울한 영화를 본 참가자에게 똑같이 무표정한 표정의 사람 얼굴을 보여준다.
이들에게 이 사람의 표정이 어떻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정 반대다.
밝고 유쾌한 영화를 본 참가자의 경우 '나쁘지 않아 보인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무겁고 침울한 영화를 본 참가자들은 '화가 나 있다', '두려운 표정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을 보기 직전의 환경 혹은 개인의 기분이 똑같은 사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다.
지난 새벽에는 S&P500지수가 200일선을 뚫고 올라갔으니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200일선을 상향돌파하는 것은 강력한 불마켓의 시그널로 해석된다.
미국의 잠정주택판매 지표 등 실물지표도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골칫덩어리 제너럴모터스(GM)도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국제유가는 어느덧 70달러를 향해 올라가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주식시장에는 명백한 호재로 작용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가 아닌 냉정한 상황 아래서 이것들을 지켜봤다고 본다면 과연 '호재'로만 인식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GM이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악재다. 고용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가 하나 둘 씩 파산보호 신청에 돌입하면 이는 실업률 증가로 직결되고 소비위축 및 기업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지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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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6~2007년 국제유가의 상승은 중국의 강한 수요 및 글로벌 풍부한 유동성의 대용지표로 해석되면서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수요가 약한 상황인 만큼 유가의 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비용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치솟는 미국의 국채 금리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30년 국채금리는 4.60%까지 상승했는데, 미국 장기물 국채금리가 5%에 근접할수록 소비심리가 약화될 수 있다. 미국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면서 이 효과 덕분에 일부 실물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띄고 있지만, 미 장기국채 상승은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를 반감시키고 모기지 금리를 상승시켜 이자부담 증가, 모기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주 발표된 모기지준연체율이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저축률 역시 14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실질적인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주인공 중 하나는 바로 '유동성'이다.
유동성은 각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기인했던 것이다.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써온 만큼 유동성 랠리는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실물경기 역시 바닥을 통과하는 신호가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정부 정책이 경기의 바닥을 만들어냈지만 경기회복으로 이끄는 것은 바로 '수요'다. 실업률 및 모기지 연체율 등 수요의 연결고리가 약한 만큼 기대감과 펀더멘털의 시차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증시의 경우 내부변수에 대한 우려감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북한 리스크. 전날에도 연고점을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린 것이 바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소식이었다.
일반적으로 북한발 이슈는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번 북한 리스크는 주식시장을 자주 흔들어놓기도 하고, 강도도 여느 때보다 센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 발표된 수출입동향(잠정치)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지난해 호황이었다는 기저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국내 수출의 악화국면이 지속됨에 때라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구조 상 경기침체 국면은 길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이 원화가치 및 상품가격 급등세가 나타날 경우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졌다. 투자심리 역시 강해졌고 이것이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강한 상승 분위기와 개선되고 있는 경기지표를 애써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좋은 점을 부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대감은 언젠가는 현실의 검증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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