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임혜선 기자]1969년작 영화 '여성 상위시대'를 아는가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여성도 남성과 같은 권리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 여성이 오랜 인습과 폐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40년이 지난 2009년, '여성 상위시대'가 현실화됐다. 사회를 반영하는 드라마 역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이 자신의 노력을 통해 성공하는 모습을 많이 그리고 있다. 실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방영되는 대부분의 드라마 축은 여성이다. 월요일·화요일에는 MBC '선덕여왕'과 SBS '자명고'가, 수요일·목요일에는 SBS '시티홀'이, 그리고 주말에는 SBS '찬란한 유산'과 KBS2 '천추태후'가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이전까지 드라마가 여주인공을 남자 잘 만나 신세 고치는 여성을 그린 것과 달리 남자들을 좌지우지 하는 여성상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첫방송된 '선덕여왕'에서는 미실(고현정 분)이 뛰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왕은 물론이고 화랑들을 사로잡는 여걸로 등장한다. 아직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의 주인공 선덕여왕(이요원 분) 역시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서 신라 최초의 여왕이 된다.

'선덕여왕'에서 남자에 의지해 신세를 고쳐보겠다는 여성은 찾아볼 수 없다. 미실과 선덕여왕은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과거 정치 세계를 자신들의 무대로 만들 예정이다.


'자명고' 역시 자명(정려원 분)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당당한 여성으로 등장한다. 왕녀로 태어났으나 기예단에서 자라나야만 했던 자명은 낙랑국을 구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시티홀'에 등장하는 신미래(김선아 분)는 처음에 자신의 뜻과 달리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만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자신의 뜻을 펼치기 시작한다. 신미래는 조국(차승원 분)과 이정도(이형철 분)의 도움을 받아 10급 공무원에서 최연소 여자 시장이 된다. 드라마 속 설정이기는 하지만 누구나 불가능하다 여겼던 일을 실현시키는, 조금은 엉뚱하지만 시련 속에서 좌절하지 않는 멋진 여성상이 그려진다.

드라마 '천추태후'의 천추태후(채시라 분)는 강인한 여성상이 으뜸이다. 공주로 태어나 태후가 되는 과정에서 천추태후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갑옷을 몸에 걸치고 전장을 누비고 다닌다. 그의 휘하에는 기라성 같은 장수들이 말한마디에 목숨을 바칠 준비를 하고 있다.

드라마 속 여성상이 바뀌고 있는 이유는 현실을 투영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전에는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중년 아주머니들의 환타지는 잘난 남편 만나 호강하는 것이었으나,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다"며 "시청자들은 더이상 신데렐라에 환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제는 잔다르크와 같은 강인한 여성 또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에 질투보다는 박수를 보내는 것이 요즘 시청자들"이라며 "드라마는 현 시대의 거울이기 때문에 사회가 바뀌니 드라마의 여성상도 바뀔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의 여성들은 더 이상의 가정에서 가사를 돌보는 존재가 아니다. 여성 CEO는 물론이고 정치인도 등장했다. 보호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남성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셈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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