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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엄친아'와 '전기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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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많다. 완벽한 그들을 보면 사람들은 '난 왜 이럴까'라며 주눅이 든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저 사람의 빈틈은 뭘까하고 생각한다. 학맥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에 살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인 이들에게 엄친아는 부러움과 동시에 증오의 대상이다.

명문대 출신의 연예인은 말도 못할 루머를 달고 다니고, 회사에서도 선배에게 사랑받는 후배는 동기에겐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히기 마련. 사람은 타인의 헛점이 보이면 어떻게든 그틈을 후벼 파보려는 본능을 가졌다. 공포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 파헤쳐진 틈 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무서운 비밀을 보거나 끔찍한 피해를 당하게 된다.
이런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이란 뜻으로 다른 이들보다 외모와 배경, 재능이 탁월한 이들을 일컫는 말)을 공포의 소재로 다룬 영화가 있다.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아메리칸 사이코'(2000). 주인공 패트릭은 겉으로 보기엔 월스트리트 중심에 있는 금융사 CEO라는 직장에다 멋진 외모를 가진 완벽남이다. 그러나 속으론 온갖 컴플렉스와 지저분한 질투로 가득한 인물이다.

아메리칸 사이코(2000).

아메리칸 사이코(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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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보다 뛰어난 걸 절대 용납하지 못하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서로의 '명함'을 자랑하는 자리에서 패트릭은 계란껍데기가루가 얇게 코팅된 친구의 고급 명함을 보고 질투심에 어쩔 줄 몰라한다. 폴이란 이 친구가 자신은 예약마저 실패했던 한 최고급 레스토랑의 '단골'이란 사실까지 알게되자 패트릭은 폴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후에도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콜걸과 애인 등 여러사람이 패트릭이 휘드르는 전기톱과 도끼에 희생당한다. 인상적인 건 매춘부와 관계를 맺으며 그가 거울을 보는 장면이다. 그는 여자의 몸을 보는 대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단단한 근육을 나르시즘에 젖어 감상하는 것이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탔던 영화 티스(teeth)에 나오는 여주인공 '던' 역시 완벽한 외모를 갖춘 매력녀이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요즘세상이니 '엄친딸'로 봐도 무방하겠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남모를 신체적인 비밀이 있다. 그녀의 육체를 노리는 수많은 남자들은 결국 그녀를 강제로 범하려는 순간 최악의 나락에 떨어지고 만다.

던(제스 웨이슬러)의 성기에 이빨이 달려있어 그녀를 위협하는 남자들을 '해치우기' 때문이다. 여성주의 영화로써 남성의 거세컴플렉스를 자극해 남성 위주의 성관념을 비판한 이 영화는 여자가 보면 코미디일 수 있는데 남자에겐 공포영화가 된다는 점이 재밌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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