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야기를 참 잘 만든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몇십년, 몇백년 전에는 없던 새로운 공포담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또 생겨났다. 텔레비전과 VTR이 있었기에 화면 밖으로 기어나오는 귀신 사다코(영화 '링')가 있었고, 초고층빌딩이 도심에 떡하니 들어섰기에 '킹콩'같은 괴물영화가 만들어졌다. 차량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발달하니 이런 이야기도 생긴다. 어떤 사람이 새로산 중고차에 달린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 차를 몰았더니, 글쎄 깊은 산골의 벼랑끝으로 안내하더라는 것이다. 벼랑끝에서 간신히 차를 멈췄을 때 내비게이션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아이 아깝다. 죽일수 있었는데..".


착신아리(2004)

착신아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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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휴대전화에 얽힌 도시괴담도 부쩍 늘었다. 공포사이트 '잠들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thering.co.kr)에 실린 휴대전화 이야기를 보자.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할수록 자신과 취향이 비슷해 호감이 생겼다. 결국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데 성공한 '나'. 그런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화면에 '스토커'라고 뜬다. 알고보니 그녀는 6개월전 밤마다 수백통씩 전화를 걸어 기묘한 울음소리로 자신을 괴롭히던 전화의 주인공이었던 것. 착신금지를 한 후 이름을 '스토커'로 저장해놓고 받지 않았던 터였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얼마전 산 전화기를 잃어버린 '나'. 혹시나 찾을 수 있을까해서 자기 번호로 전화를 거니 다행스럽게도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돌려달라'는 내 말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 상대편. 놀랍게도 '나'는 며칠후 '자신의 침대밑'에서 잃어버린 전화기를 발견한다. 과연 누가 전화를 받았던 것일까?


최근 개봉한 '용의자X의 헌신'이라는 영화에서 열혈형사로 등장하는 여배우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한 착신아리(2004)는 휴대전화 공포괴담의 절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B급 공포영화의 대가였던 미이케 다케시 감독의 연출로 '죽음을 알리는 휴대전화'의 공포를 잘 이끌어냈다. 주인공인 유미는 어느날 단체 미팅에 나갔다가 그자리에 참석한 사람들과 휴대전화번호를 교환하는데 미팅이 끝난 후 같이 참석했던 친구들에게 차례로 기묘한 벨소리를 울리며 전화가 온다.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 전화를 소유한 자신들이며 발신시각을 보니 3일후이다.


착신아리 헐리우드 리메이크판 '원미스드 콜'.

착신아리 헐리우드 리메이크판 '원미스드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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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메세지가 온 그 시각 전화 속에서와 똑같은 말을 남긴 채 전차에 치이거나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즉사하고 만다. 이 사실이 전국에 확산되자 한 방송국에선 죽음의 예고 전화를 받은 한 여자에게 생방송 출연을 제의하지만 그녀도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한다. 결국 최후에 남은 주인공 유미의 전화벨도 울리기 시작한다.


재밌게도 이 영화에 쓰인 '착신아리' 벨소리는 일본에서 몇주간이나 벨소리 다운로드 1위를 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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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휴대전화 안가지고 다닌다는 안철수 교수.

휴대전화 안가지고 다닌다는 안철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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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부 소심한 사람들은 전화를 하는 것과 받는것을 모두 싫어하는 전화공포증(Telephonophobia)이란 신종 노이로제를 앓기도 한다. 사실 휴대전화는 그 통화량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괴물이다. IT업계의 선구자라는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도 "휴대전화를 안가지고 다니니 마음이 편하다"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막 사귄 연인들이야 밤새도록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지만, 현대 문명의 이기인 휴대 전화가 자신을 지치게 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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