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로 조선업계의 버블이 꺼지면서 세계 조선업계의 3대 축인 한·중·일의 사활을 건 삼국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비용 경쟁력을 무기로 업계를 평정할 기세다.

영국 정기선 시장 조사업체 크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여름 월 300척이 넘던 조선수주량은 지난 1월엔 9척에 그쳤다. 2월부터는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조선 대기업의 수주량도 거의 제로에 가까워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 같은 불황을 초래한 원인과 해법을 어디서 낮아야 할까.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신호에서 2003년부터 본격화한 한국과 중국의 무분별한 몸집불리기 경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3강 체제인 한국의 조선업계는 내수 경쟁은 물론 세계 수위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물량면에서 따돌리기 위해 설비투자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급기야 작년 가을 금융위기로 조선버블이 무너졌을 때도 설비 증강은 계속됐다.

그 결과 올해 건조능력은 4000만총t, 2011년에는 5000만총t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세계 건조능력인 1억2500만총t의 절반을 우리 기업들이 맡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웃을일만은 아니다. 공급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수요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본 미쓰이조선의 모토야마 다카오(元山登雄) 회장은 "2013년 이후에는 4000만총t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말하면 8500만총t의 설비능력이 남아돈다는 얘기다. 모토야마 회장은 "세계 전체 선복량이 8억총t이라는 것을 감안해 평균 선박 교체기간을 20년 이라고 계산하면 연간 수요량은 4000만총t이 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향후 한중일 조선업계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과거 1970년대와 1980년대 후반에도 2차례의 조선불황을 거쳤지만 이번 위기가 한층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조선업계에 수급을 조정할만한 '맹주'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개입으로 2차례의 버블붕괴 시 각각 35%, 20%의 설비능력 삭감에 나섰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우는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3강이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 있는데다 정부가 설비능력을 강제로 줄이도록 요구할만한 장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다 노사문제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한국 조선업계 종사자는 대략 13만명으로 대부분 강경노조에 가입돼 있다. 따라서 업계가 이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굳이 구조조정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과 저가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상황은 약간 다르다. 중국은 인건비가 한국과 일본의 4분의1 수준이고, 제조비용도 20%나 낮다. 거기다 감히 넘볼 수 없었던 LNG(액화천연가스) 수송선 등을 작년부터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따라서 중국 전역에 1000개가 넘는 조선소들이 맘만 먹으면 비용경쟁력을 무기로 단숨에 한국을 따라잡을 수도 있는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향후 조선업계는 각국의 '버티기 능력'이 대세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3년 내에 업계 재편을 포함해 체질강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제갈공명의 '천하삼분계'도 통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는 사투를 건 전투가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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