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언론 장난기사로 전세계에 웃음 줘
장국영 자살 등 거짓말 같은 진실도
만우절에 얽힌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은 있다. 남을 골려줬거나 장난에 속은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우절이 단순한 장난으로 그치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언론이 나서서 짓궂은 장난을 치거나 '거짓말 같은 사실'이 만우절에 생겼을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 언론의 짓궂은 장난
"세상살이가 너무 팍팍하다. 웃을 일이 없다. 기분 좋게 한바탕 웃어 봤으면..."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누구나 학창시절 한번쯤 짓궂은 장난으로 친구를, 또는 선생님을 골려 준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우절 장난이 철없는 학생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사실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에서도 만우절만큼은 장난 기사로 주위에 웃음을 준다.
가장 만우절을 신나게 보내고 있는 곳은 놀랍게도 ‘신사의 나라’ 영국의 언론. 언제부터인가 전통이 되다시피한 만우절 장난 기사는 자국은 물론 타국의 독자들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2006년 만우절에는 ‘데일리 메일’이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가 관저의 현관문을 빨간색으로 칠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총리 관저는 전통적으로 검은색 현관문을 고집하는데 블레어 총리가 소속당인 ‘노동당’의 이미지에 맞게 붉은색으로 바꿨다는 것. 재치있는 장난이 아닐 수 없다.
2007년에는 가디언이 큰 일을 해냈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퇴임 후 연극배우로 변신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아서 밀러 원작의 ‘크루서블’에서 마녀 사냥전문가로 나온다는 배역 설명과 함께 자세히 실었다.
블레어 총리는 대학시절 연극에 출연했고 장인 역시 유명한 연극배우라며 너스레를 떠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이 기사를 진짜로 믿고 신문사에 관람 문의를 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일부 언론사들은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하기까지 했다.
이에 질세라 메일온선데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바비큐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했다. 결정적으로 허가 없이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던 남녀가 검시관에 적발되는 사진을 싣기까지 했다.
더 귀여운 기사도 있다. BBC는 ‘진화의 기적’이라는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펭귄들의 생생한 비행장면을 찍었다”며 “아마존 우림 지역을 나는 펭귄의 모습도 기대해달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스웨덴의 디겐스 니헤터는 자전거의 속도를 12km로 제한하기로 했다는 보도로 독자를 아리송하게 만들기도 했다.
언론의 이런 장난이 고약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런 기사에 은근한 풍자를 담기 때문인지도 모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1999년 만우절에 “정부가 심각한 인재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을 각료로 등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깜짝 기사를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접한 많은 독자들은 장난인줄 알면서도 “말 잘했다. 차라리 그렇게라도 해라”라며 시원해 했다는 후문이다.
◆만우절에 벌어진 거짓말 같은 사실들
2003년 만우절. 홍콩배우 장국영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우절의 고약한 장난이겠거니’하고 웃고 넘겼지만 불행히도 이것은 사실이었다.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투신한 것.
매년 만우절에는 이런저런 장난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중에는 거짓말 같은 사실도 숨어있다. 만우절에 생긴 ‘거짓말 같은 사실’은 그 아이러니로 충격이 두배가 된다.
1993년 일차 북핵 위기가 닥쳐왔을 때 국제원자력 기구(IAEA) 이사회가 북한을 핵안전 불이행국가로 규정, 북한 핵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한 날은 만우절이었다. 우리나라로서는 차라리 만우절 장난이었으면 하는 일이었다.
1941년 만우절에는 거짓말 같은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희대의 명장이 탄생했다.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이 그 주인공. 롬멜 장군은 북아프리카 사막 전차전에서 영국군을 자유자재로 요리한다. 이 날 이후 위기를 느낀 영국군은 몽고메리 장군을 전선에 투입,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두 사람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으로 남게 된다.
거짓말 같은 스포츠 경기도 이뤄졌다. 1960년 만우절, 한번쯤 상상해 봤음직한 재미있는 경기가 열렸다. 사람과 캥거루의 복싱경기가 열린 것이다. 결과는 캥거루의 판정승으로 끝났다고 한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거짓말 같은 일들도 있다. 1958년 만우절에는 패션쇼가 열려 당시 전쟁으로 지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영복 차림의 모델도 등장했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에겐 ‘거짓말 같은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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