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뉴욕 증시가 17일(현지시간) 랠리를 재개했다.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지며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인 2월 주택착공건수가 호재가 됐다. 지난주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던 소매판매에 이어 주택착공건수 호재까지. 금융주 랠리에 소비와 주택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가세하면서 뉴욕 증시 랠리는 연장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해 9월 이래 처음으로 200일 이평선 아래로 내려갔다. 뉴욕 증시에 봄기운이 완연해지고 있다.
눈에 띄는 점 하나는 이날 개장 초 뉴욕 증시의 흐름은 하락반전 하는 등 지지부진했다는 점이었다. 주택착공건수는 개장 1시간을 앞두고 발표됐다. 연률 45만채를 예상했으나 58만3000채로 발표됐으니 대형 호재가 분명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닥터둠' 마크 파버의 예사롭지 않은 경고 탓에 주택착공건수 호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 했다. 파버의 경고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지난주 CNBC에 출연해 미 경제가 절벽으로 추락했다며 1970년대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점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어 주목된다.
파버의 경고는 국채 시장에 재앙이 잉태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최근 국채 발행을 대규모로 늘리고 있다. 미 국채의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국채 수익률 상승은 결국 미 정부의 재정 부담을 불러오는 부메랑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파버는 국채 수익률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경기가 회복돼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쉽게 금리를 올리지 못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경기가 회복되고 물가가 오르는데도 국채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을 우려한 FRB가 쉽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 버핏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기부양책 때문에 1970년대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1%에 불과했지만 향후 폭등하는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뉴욕 증시의 랠리 지속 여부는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FRB가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처럼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 정책에 진일보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새로이 내놓을 대책에 따라 뉴욕 증시의 랠리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채 매입 등 양적 완화와 관련한 발언이 있을 때마다 버냉키 의장은 '비전통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왔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극단적 조치일 뿐이지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버냉키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랠리가 나타나도 마냥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랠리. 결론적으로 현재의 뉴욕 증시의 랠리는 '베어마켓 랠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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