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프런티어를 찾아서] 1부 빗장 걸어닫는 세계시장
①수출길 잃은 기업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보호무역주의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 무역자유화의 대원칙을 굳게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 7일 인도네시아 유수프 칼라 부통령과의 환담 中)
"최근 들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삼성 사장단회의)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본격 전이되기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보호무역주의의 득세'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를 위시로 자유무역주의를 부르짖던 국가들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자, '보호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하나 둘씩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수출이 GDP(국내총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써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삼성 사장단회의, 이날 회의에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화두로 떠올랐다. 회의에 배석한 삼성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프랑스 등이 자국산 제품 구매를 의무화하거나 독려하고 있고, 일본과 러시아 역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發 보호주의 망령, 세계를 흔들다= 보호무역주의에 불을 댕긴 곳은 공교롭게도 자유무역을 주창하던 미국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여겨지는 경제 위기가 도래하자, 다른 나라들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자국 산업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각종 법안에는 보호주의 색깔이 짙은 규정들이 속속 포함되고 있다. 미 상원은 경기부양책 관련 법안에 각종 공공 사업에 미국산 철강 제품의 구입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 규정을 추가했다.
세계 각국의 반발에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던 미국은 결국 미국산 제품 구입을 유도하는 쪽으로, 관련 규정의 골격을 관철시켰다. 미국의 '선택'은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급격하게 보호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처럼 유럽 국가들도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며, EU 회원국들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美 이어 EU, 중국까지.. '보호주의' 전세계로 확산= 이후 각 나라들은 보호주의 색깔이 짙은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이탈리아는 자동차산업 구제를 위해 20억유로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러시아는 철강ㆍ자동차 수입관세를 높였다. 독일 역시 은행· 산업부문에 대한 1000억유로 규모의 기업 지원기금 창설했다.
'바이 아메리칸 규정'을 강력히 비난하던 중국도 슬그머니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들을 끼워넣고 있다. 내수진작ㆍ경쟁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10대 산업을 선정, 지원키로 한 조치만 해도 그렇다. 자국 산업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수출ㆍ금융지원 등 '보호주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본 역시 사상 최대 적자를 낸 자동차와 전기ㆍ전자 등 산업계를 대상으로 대규모 지원을 실시하고, 신성장 산업분야에 파격적인 세금우대 정책을 실시하는 등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인도도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 수입제품에 적용하는 품질과 환경기준도 강화하고 나섰다.
◆ 우리 기업, '보호무역' 파고를 넘어라= 높아지는 '무역 장벽'은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신음하는 국내 산업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특히 석유화학· 철강업종이 보호무역으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 역시 환경 또는 안전 규제와 연계해 수입제한을 가하는 등 우회적인 방식의 보호주의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호성 수석연구원은 "각국이 경기부양을 구실로 자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지원하거나 환경 및 기술 규제와 연계해 비관세 장벽을 구축하는 등 우회적인 방식의 보호주의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악의 '수출 고비'를 맞은 국내 기업들은 '보호주의 철웅성'을 뚫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홍석빈 연구원은 "보호주의 파고를 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며 "수출대상국 정부의 무역관련 정책과 경쟁업체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신흥경제권 시장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 1933년 미국은 바이 아메리칸법(미국상품 우선구입법)에 의해 정부기관이 물자나 서비스를 조달할 때 국내업자의 입찰가격이 외국업자보다 높더라도 일정 한도 이내라면 국내업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것을 규정했다. 자유무역정책에 위배된다는 비난을 받은 이 법률은 76년 만에 다시 부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불을 지폈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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