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신년기획] 돈이 돌아야 내수가 산다
불합리한 대책 남발땐 대출축소 부작용 우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불황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은행 대출을 적극 늘리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의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총액대출한도를 2조5000억원으로 늘렸지만 오히려 대기업 대출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월평균 5조7000억원 증가했던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8~10월 2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중 6개 주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99조280억원으로 2007년 말보다 37조7416억원 증가했다. 2007년의 50조7812억원보다 13조원 감소한 수치다.
반면,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말 58조2500억원으로 2007년 21조4064억원에 비해 2.5배나 급증했다.
은행이 먼저 지원하고 그 실적을 토대로 한국은행이 지원하도록 돼 있는 대출 시스템은 애초부터 실효성이 부족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이미 신용등급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데 은행이 평가를 하게 되면 지원대상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대출을 늘리라고 압력을 가하니까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한 셈이죠." 중소기업인 A씨의 한숨 섞인 이야기다.
은행들은 자금회수가 쉬운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간 경쟁을 할 만큼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에게는 대출을 회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처럼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이 큰 자산인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의 말에 무조건 따랐다가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게 되면 수익성과 건전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국내 4개 시중은행의 재무건전성(BFSR)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것은 은행들의 대출 부담을 더 증가시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총액대출한도를 늘려도 은행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오히려 중소기업 대출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남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중산기금을 제외하고는 은행이 간접적으로 위탁운용하고 있다"며 "이 경우 은행이 자금회수에 대한 책임을 100%지기 때문에 대출심사를 비롯한 관행은 일반 은행자금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 "리스크금융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정책금융에 적합한 합리적인 부실률을 산정하고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감독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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