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꽃뱀을 조심하세요~"

휴대폰 판매상이 밀집한 용산 전자상가와 강변 테크노마트 일대에 꽃뱀 주의보가 내려졌다.

빼어난 외모의 여성이 휴대폰을 잠시 빌리는 척하며 접근한 후 일당으로 보이는 4~5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빌려준 사람 앞을 지나는 척하며 가로막을 때 슬쩍 도망치는 이 신종 범죄수법은 최근 용산 일대 판매상의 입에 종종 오르내리고 있다.

본지에 제보된 바에 따르면 용산 전자상가 일대에 전문 꽃뱀 3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5~6인으로 한 팀을 구성, 골목이 많은 전자상가의 특징을 십분 활용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범죄를 위해 상가 입주인과 계약을 맺고 최단거리를 이동해 숨어버릴 수 있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CC카메라에 걸려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들은 건물 내부에서는 일절 행동을 금하고 건물이 밀집한 길가에서 주로 이같은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제보한 직장인 임지훈씨(30)는 "10월경에 전자상가 부근에서 '미모의 여성이 휴대폰을 분실해 신고해야 한다'며 빌려달라고 하기에 선뜻 건내줬다"며 "그런데 갑자기 앞으로 청년 3~4명이 지나가면서 시야를 가렸고 곧 그 여자를 놓쳐버렸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에서 빈틈을 노려 도망쳐버린 것. 이같은 신종 사기수법은 최신고급형 휴대폰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다.

임 씨가 잃어버린 제품은 출시한 위성 DMB폰으로 70만원이 넘는 고급형이다.

불법 복제폰으로 둔갑

즉 이들은 고급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접근해 재빨리 휴대폰을 챙긴 뒤 해지 설정을 하고 휴대폰 일련번호를 변조한 뒤 되파는 수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용산전자랜드 관계자는 "불법 복제폰 때문에 지난해 곤혹을 치렀는데 이번에는 꽃뱀 때문에 상가 입주자들이 긴장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빨리 해지하고 일련번호를 바꿔버리기 위해 사전에 계약을 맺은 상가로 숨어드는 등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고 휴대폰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불법 복제폰으로 다시 둔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명의가 도용돼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일련번호를 몇 개씩 재생산해서 휴대폰 원가입자에게 요금 전체가 부과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갑자기 요금이 많이 부과되는 등 이상통화 패턴이 발견되더라도 사용자가 이동통신사에 직접 요청하지 않으면 적발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산 시스템으로 불법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휴대폰 분실 신고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게 이통사의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원천적으로 분실신고가 접수되면 본인 외에 제3자가 재개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CTM이라 불리는 휴대폰 단말기 일련번호를 바꿔버리면 재개통이 가능하지만 불법이기 때문에 본사측에서는 당연히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도입된 휴대폰 인증서비스제도 덕분에 불법 휴대폰 도용건이 많이 줄고는 있지만 제도 시행 이후 접수건은 오히려 늘고 있다.

올해 적발한 휴대폰 복제건수는 상반기만 하더라도 55건에, 2961대로 지난해 전체 적발건수인 43건, 858대를 훌쩍 넘긴지 오래다. 이는 그만큼 불법복제건수가 그동안 많이 자행돼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휴대폰 인증서비스가 도입돼 불법 복제를 막고 있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신종 수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범죄가 법보다 먼저 진화(?)하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전국에 널려있는 복제꾼을 일망타진하는 데 버겁다"고 말했다.

훔친 휴대폰, 해외길에 오른다?

더 큰 문제는 불법 복제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 경우 관련 기록이 남아 이동통신사에 수신자 조회를 확인하면 쉽게 꼬리를 잡힐 수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수출용 휴대폰으로 대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꽃뱀 등 범죄 용의자들은 SK텔레콤 제품을 주로 노리고 있다.

일단 가입자의 해지신고 여부에 상관 없이 단말기 전원만 끄고 정상 휴대폰의 일련번호만 바꿔버리면 수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용산전자상가 휴대폰 판매상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분실 휴대폰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음식점이나 택시안에서는 이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전화하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게 현실이 되고 있다.

휴대폰 수출 중개업체에 한 달 동안 습득한 휴대폰 12대를 맡기고 사례금으로 40만원을 챙겼다는 한 택시기사의 경우는 이제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더욱이 수출용은 좁은 국내에서 일제단속에 '재수없게' 걸려들 가능성도 낮아 불법 복제 업자들은 이러한 꽃뱀들을 암암리에 고용해 활동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용산경찰서 지능1팀 관계자는 "불법적 강탈로 인해 브릿지폰(불법복제폰)으로 둔갑하든 수출길에 오른 경우도 전파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할 수 있다"며 "휴대폰을 습득했을 경우 '분실 휴대폰 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우체국으로 발길을 돌려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수길 기자 sugiru@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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