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59번째 과학의 날…한국 SW의 현실 들여다보니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18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해 국내 생성형 AI 기업 처음으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척박함을 보여준다.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 대부분은 영세하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소프트웨어 사업자 수는 6만여개로 지난 10년간 97% 증가했지만 상위 1% 미만의 기업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생태계 전반의 영세성이 심각하다. 국내 SW 기업 중 해외 진출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시장 대장 격인 한글과컴퓨터가 이제 겨우 연간 매출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제시했을 정도다. 최근 기자가 만난 소프트웨어 기업 임원은 "열악한 SW 생태계는 AI 확산 흐름을 타고 잘 나가는 반도체와 비교된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부가가치와 생산성 측면에서 제조업보다 월등히 높아도 좀처럼 질적 팽창을 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으려면 기형적인 보상 체계와 사회적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와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일 미래의 소프트웨어 설계자들은 모두 수술실로 향하고 있다. 2025학년도 자연 계열 정시 학과 분포를 보면 상위 1% 학생의 76.9%가 의대를 선택했다. 반면 일반 이공계 학과 진학은 10.3%에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공계 인력 부족 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2029년까지 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에서 최소 58만명의 인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렵게 컴퓨터 앞을 지켜도 이들에게 주어지는 현실적인 보상은 가혹하다. 이공계 인력이 취업 후 10년이 지난 시점의 평균 연봉은 약 9740만원으로, 3억원에 달하는 국내 의사 평균 연봉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업계 내부의 보상 양극화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성장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국내 대형 반도체, 자동차 등 하드웨어 제조 기업들은 호황기마다 '억' 단위의 파격적인 성과급으로 연구개발(R&D) 인력을 예우한다. 반면, 막대한 자본을 쌓아둔 극소수의 빅테크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중소 SW 기업들은 이러한 자금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눈에 보이는 당장의 수출 실적이나 하드웨어 출하량이 없는 초기 SW 개발자들은 만성적인 저임금에 시달리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을 외치고 있지만, 정책의 무게 중심은 여전히 수개월짜리 단기 부트캠프를 통해 초급 인력을 찍어내는 양적 팽창에 쏠려 있다.
AI 대학원 신설 등 고급 두뇌 육성책을 발표해도 최상위권 인재를 이끌어줄 우수한 교수진은 빅테크로, 똑똑한 학생들은 의대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이공계를 선택한 학생들도 보상이 두둑한 해외, 혹은 국내 제조업 R&D 기업으로 가는 현실 앞에서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은 힘겹기만 하다.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기초 기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국가적 보상 체계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육성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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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과학의 날이다. 사단법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이 제59회 과학의 날을 맞아 내놓은 성명서 문구 '과학의 날 하루만 과학을 이야기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가 더 아프게 다가온다. 제2, 제3의 업스테이지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이변이 아닌, K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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