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평균 독서 시간 18.2분·20대 전자책 독서율 59.4%
독서율 하락 속 플랫폼·지자체의 '게임형 독서' 실험
앱·광장·챌린지로 독서 접점 확장

책을 읽는 사람은 줄고 있지만, 독자를 붙잡기 위한 플랫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시간을 재고, 목표를 달성하고, 완주를 인증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참여형 콘텐츠'로 바꾸려는 시도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독서가 더 이상 조용한 취미에 머무르지 않고, 이용자의 습관과 체류 시간을 설계하는 플랫폼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 독서율이 매년 하락하는 가운데,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59.4%로 책을 읽는 방식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교보문고

국민 독서율이 매년 하락하는 가운데,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59.4%로 책을 읽는 방식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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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출판·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전자책 플랫폼과 온라인 서점, 콘텐츠 플랫폼을 중심으로 참여형 독서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독서 시간을 합산해 목표를 채우거나, 읽은 시간을 달리기 거리로 환산하고, 독서 기록을 노트 형태로 남기는 방식이다. 단순히 책 읽기를 권하는 데서 나아가 이용자가 실제로 책을 펼치고 꾸준히 머물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배경에는 독서율 하락이 자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2023년보다 4.5%포인트 낮아졌다. 성인 1인당 연간 종합독서량은 2.4권으로 직전 조사 대비 1.5권 감소했고, 평일 하루 평균 독서 시간도 18.2분에 머물렀다.


문제는 책 자체보다 시간과 습관이다. 같은 조사에서 성인들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시간 부족과 다른 매체·콘텐츠 이용을 가장 많이 꼽았다. 책의 경쟁 상대가 더 이상 다른 책이 아니라 숏폼 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임 등으로 확대된 것이다. '책 읽기의 가치'를 강조하는 방식만으로는 독자를 붙잡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플랫폼들은 이 틈을 '게임화(gamification)' 전략으로 파고들고 있다. KT 계열 밀리의서재는 5월 페스티벌 시즌에 맞춰 운동회 콘셉트의 독서 챌린지 '밀리 리딩 운동회'를 진행했다. 참여자 전체의 열람 시간을 일주일 단위로 합산해 1000시간 달성에 도전하는 구조다. 1주차 프로그램인 '지혜의 공 굴리기'는 인문·철학·자기계발 분야 도서를 대상으로 운영됐으며, 총 2268시간의 열람 시간을 기록했다. 목표 대비 달성률은 227%에 달했다.


핵심은 완독보다 '진입'에 있다. 밀리의서재는 주차별로 인문·철학·자기계발, 경제경영, 소설 등 분야를 바꿔가며 이용자들이 평소 잘 읽지 않던 장르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열람 시간이 쌓이면 바구니가 채워지고 박이 터지는 식의 시각적 보상도 더했다. 독서 결과보다 과정 자체에 보상을 배치한 것이다.

20대, 종이책보다 전자책 본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

20대, 종이책보다 전자책 본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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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는 독서를 달리기와 결합했다. '2026 리딩런'은 독서 시간을 거리로 환산하는 캠페인이다. 애플리케이션(앱) 타이머로 독서 시간을 측정하면 10분당 1km씩 기록된다. 코스는 스타터 10km, 하프 21km, 마라톤 42km로 나뉜다. 이용자는 자신의 완주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코스를 마치면 인증서도 받을 수 있다.


카카오의 브런치는 독서와 기록을 연결했다. '브런치 독서챌린지' 2차 프로젝트는 앱 내 '라이브독서' 기능으로 독서 시간과 분량을 측정하고, 이를 독서노트 형태로 발행하도록 구성됐다. 프로젝트는 5월 6일부터 6월 4일까지 30일간 진행된다. 3일 이상 독서노트를 작성한 참여자 1000명에게는 지역서점과 협업한 특별판 도서와 굿즈를 제공한다. 앞서 열린 1차 챌린지는 모집 6일 만에 신청자 1만명을 모았고, 한 달 동안 5만1477개의 독서노트가 작성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군산 지역서점 '마리서사'와 연계해 운영된다.


공공 영역은 독서의 장소를 바꾸고 있다. 서울특별시청은 서울광장의 '책읽는 서울광장', 광화문의 '광화문 책마당', 청계천의 '책읽는 맑은냇가' 등을 서울야외도서관으로 운영해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야외도서관은 2022년 개장 이후 약 80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고, 2025년 한 해에만 283만명이 찾았다.


이 같은 흐름은 독서 시장의 역설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독서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실험은 오히려 늘고 있다. 과거 독서 캠페인이 '책을 읽자'는 구호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시간을 측정하고 랭킹을 보여주며 인증과 기록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독서가 개인 의지의 영역을 넘어 이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대의 변화는 이런 흐름을 설명하는 단서로 꼽힌다.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였다. 전자책 독서율은 59.4%로 종이책 독서율(45.1%)을 앞질렀다. 책에서 멀어진 세대라기보다 종이책 중심의 독서 방식에서 벗어난 세대에 가깝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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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독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독서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독서 욕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책을 펼치는 첫 진입장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계속 읽게 만드는 참여 설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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