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본 삼성전자 성과급 파업…어디까지 합법인가
최근 대법원 성과급 판례 주목
TAI는 임금 인정·OPI는 제외
근로보다 시장 등 외적 영향 커
노사 합의 있었어도 매년 별도
AI 슈퍼사이클發 반도체 이익
임금성 없어 쟁의 대상 제한
노란봉투법 파업 정당성 변수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총파업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에 주목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가 근로조건 개선을 넘어 기업의 초과 이익 분배와 경영 판단의 영역까지 쟁의 대상으로 끌어들이면서다. 사법부가 성과급 분쟁을 바라보는 가장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최근 잇따라 나온 대법원의 선고들이다. 대법원은 지난 1·2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각각 낸 소송에서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다"는 판단을 확정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먼저 대법원은 삼성전자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매출 실적 등 직원들의 목표 달성에 따라 지급되는 '목표달성장려금(TAI)'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인정했으나, 기업의 수익성과 등에 연동돼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에 대해서는 임금성을 부인했다. 회사의 경제적 부가가치 발생 여부와 규모는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없고,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시장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어진 SK하이닉스 소송에서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됐다. 대법원은 SK하이닉스의 경영성과급 역시 근로 제공뿐 아니라 회사의 자본 규모,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근로의 양이나 질에 대응하는 대가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장기간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을 지급해왔더라도 그 효력은 해당 연도에 한정된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판례는 현재 삼성전자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방어하는 핵심 논거가 된다.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최고 수준의 '특별 포상'을 하겠다면서도 성과급 명문화나 상한 폐지를 거부하고 있다. 단체협약에 고정 비율을 못 박는 순간 사측의 경영 재량권이 침해되고 성과급이 '고정된 지급 의무', 즉 임금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기록 중인 막대한 영업이익은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외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5호에 따르면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 상태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상 임금성이 부인된 경영성과급의 배분 및 제도화를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불사하는 것은 현행법상 정당한 쟁의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시행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체제하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넓혀 놓은 만큼, 사측의 성과급 산정 기준이나 재원 마련 등 경영적 판단 영역에 대한 노조의 요구나 파업 역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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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가 남긴 이익을 신규 연구개발(R&D) 투자, 공장 증설 등 어디에 우선 배분할지는 경영 전략적 의사결정 영역인데, 노조가 이를 고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경영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경영성과급은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의 영역이며 처음부터 교섭이나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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