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관, 로펌 쏠림 더 심해졌다…현 정부 출범 후 64% 로펌행[공정위 퇴직 후 로펌행]
재취업 이력제 시행 6년여간 추이보니
현 정부 출범 후 로펌행, 실무진 중심 재취업 뚜렷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의 로펌 재취업 현상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조사를 설계하던 3~5급 실무진도 로펌의 '실전형 방패'로 대거 영입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퇴직자 14명 중 9명이 '로펌행'
1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퇴직자 재취업 이력제'가 시행된 2019년부터 최근까지 공시된 재취업 사례 87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6월 이후 재취업을 신고한 14명 중 64.3%인 9명이 로펌으로 갔다. 이전 6년여간의 누적 로펌 재취업 비중인 53.4%(73명 중 39명)와 비교해 약 1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으로 각각 2명씩 재취업했다. 법무법인 화우와 지평, 율촌, 광장, 대륙아주 등 5곳은 1명씩 영입했다. 공정위 전관을 영입한 로펌 7곳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모두 '톱10'에 포함된 곳이다. 로펌이 아닌 일반기업으로 취업한 사례는 총 5건으로 쿠팡, 쿠팡페이, 태광산업, 우아한형제들, 기아 등 각 1명씩이었다.
재취업 이력제가 시행된 이후 전체 데이터로 봐도 대형 로펌으로의 쏠림 현상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6년여간 누적 영입 인원은 김·장 법률사무소가 10명으로 1위다. 이어 법무법인 화우가 6명으로 2위, 대륙아주가 5명으로 3위였다. 법무법인 태평양·지평·세종은 각각 4명으로 공동 4위였다. 이들 로펌 6곳이 6년여간 영입한 공정위 전관이 33명으로, 전체 재취업자 중 37.9%에 달했다.
'허리급' 실무진 영입 비중 52% → 64%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취업자 14명을 직급별로 보면 공정위 조직의 허리이자 실무 총괄격인 3급~5급(부이사관·서기관·사무관) 비중이 64.3%(9명)를 기록했다. 이전 기간 누적 비중인 52.1%(73명 중 38명)를 역시 10%포인트 넘게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부위원장(차관급)·상임위원(1급) 등 3급보다 높은 고위직은 4명(28.6%), 5급 미만은 1명(7.1%)이 재취업을 신고했다. 고위직의 경우 예년과 비슷한 비중을 유지했으며 5급 미만의 비중은 10%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대규모 담합 조사 등 기업 거버넌스 투명성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리스크 방어 수요가 로펌으로 급격히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 부위원장 등 1~2급 고위직이 로펌의 '간판' 역할을 맡는다면, 실무 감각이 가장 뛰어난 '허리급' 인재들은 로펌 공정거래그룹이나 기업의 핵심 전력으로 투입되는 추세다. 어제까지 조사를 기획하고 주도하던 실무자가 퇴직 직후 로펌과 기업의 방패로 변신해 과거 동료들과 맞붙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의 '퇴직자 재취업 이력제'는 과거 수뇌부가 퇴직자들을 대기업에 취업시키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던 이른바 '재취업 비리 사태'를 계기로 2019년에 도입됐다. 퇴직 후 3년 내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할 경우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규정에 더해, 공정위 자체 공시라는 이중 규제를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퇴직 후 10년간 취업제한기관 및 계열사에 재취업할 경우 공정위에 이를 신고해야 하며, 해당 이력은 주기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취업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퇴직자는 공정위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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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로펌의 '취업 창구'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있으며, 전체 퇴직자 중 심사 대상이 되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2018년 전 부처 최초로 '외부인 접촉 관리 제도'를 도입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퇴직자 등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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