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공급망비상]
지난해야 EWS 구축 본격화
올해 하반기 시범운영 돌입
전쟁 장기화, 상시 관리해야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등 100여 곳을 집중 타격하면서 양국 간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을 때, 글로벌 에너지·해운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가 하루 만에 6.9% 급등했고, 초대형 유조선 용선료는 47% 폭등했다. 당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개 거론하자 시장의 공포는 더 빠르게 번졌다.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1%, 해상 원유 수출의 34%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힐 경우 원유 수입의 63%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하루 1800만~2000만 배럴의 원유 운송 차질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당시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충돌 나흘 뒤 긴급대응 체계를 가동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요소수사태 5년…공급망 위기 '늑장 대응'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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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 달라진 것 없는 '초동 대응'

문제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대응 체계의 완성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는 해진공의 해상 공급망 플랫폼 구축과는 별개로 올 하반기 범부처 차원의 공급망 조기경보 전산시스템(EWS)을 시범 운영에 돌입한다. 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데이터센터 화재로 중단됐던 사업 재개 성격이지만, 실제로는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와 중동발 공급망 불안 확산 속에서 조기경보 체계 구축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EWS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공급망 대응이 얼마나 일관되게 사후적이었는지 드러난다. 이 시스템은 2021년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도입됐다. 중국이 요소 수출 검사를 강화하면서 차량용 요소수 품귀와 물류대란 우려가 현실화하자, 정부는 4000여개 품목을 대상으로 수기 점검 방식의 경보 체계를 가동했다. 하지만 부처별 수기 입력과 단편적 정보 공유에 의존하면서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이 지속 제기됐다. 이후 실시간 분석 기능 부재와 부처 간 정보 공유 한계가 지적되면서 전산화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해 7월에야 19개 관계부처가 참석한 착수보고회를 열며 전산 플랫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는 요소수 사태로부터 무려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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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 EWS… 화재에 멈추고 예산 삭감에 발목

부처별로 산재한 공급망 데이터를 통합하고 민간 기업과 해외 정책 동향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상했지만, 착수 2개월 만에 데이터센터 화재가 터지면서 작업은 또다시 멈췄다. 올해 관련 예산도 지난해 18억7400만원에서 4억9200만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삭감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공급망 정보는 보안성이 높은 자료가 많아 부처별 담당자 교육과 데이터 초기 입력, 오류 검수·수정 작업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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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분쟁 규모 자체가 달라진 현재의 공급망 리스크를 단기적 변수가 아닌 상시 관리해야 할 '구조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서도 공급망 위험은 위기 이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잔존·누적되는 양상을 지적했다. EWS 분석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HS10 수입 품목 약 9200개 중, 신규 경보 진입 1745개(18.9%), 위험도 급등 2391개(25.9%), 고위험군 신규 편입 1630개(17.6%)로 나타났다.

매월 전체 수입 품목의 20~25%에서 신규 위험 신호가 발생하거나 기존 위험이 급격히 확대된 것이다. 중동 관련 고위험 품목 자체는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원유·니켈·정련동·요오드 등 에너지·반도체·이차전지 핵심 소재가 포함돼 있어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형곤 KIEP 선임연구위원은 "공급망 위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비용 형태로 누적되다가 추가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이 충돌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사 HMM 운용 선박이 폭발과 화재 사고를 당한 지 이틀째인 5일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을 중심으로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광저우에서 열린 HMM나무호의 진수식.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충돌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사 HMM 운용 선박이 폭발과 화재 사고를 당한 지 이틀째인 5일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을 중심으로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광저우에서 열린 HMM나무호의 진수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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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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