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기업 수혜…'K자 소득격차'는 심화
미·이란 합의 기대에 국제유가 7% 급락

이란 전쟁으로 인해 미국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 정제유 수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에너지 기업들이 수출로 짭짤한 수익을 거둔 가운데, 소비자들은 높아진 휘발유 가격에 신음하게 됐다. 조만간 미 정부가 에너지 수출을 막고 국내로 돌리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수출한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정제유는 하루 820만배럴이 넘는다.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 4일(현지시간) 한 차량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주유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한 차량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주유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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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미국산 에너지 구매가 급증한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에너지 기업들에 600억달러의 현금 흐름을 추가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름은 깊어지게 됐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3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약 4년 만에 최고치다. 휘발유 가격은 물가와 직결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불만이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급등하는 휘발유 가격이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K자형 소득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미 경제 원동력인 소비 감소를 촉진하고 있다. 조사 결과 지난 3월 말 휘발유 1갤런당 평균 가격은 4달러를 넘어서면서 저소득층 미국인들은 휘발유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연 소득 4만달러 미만의 저소득 가구는 명목상 휘발유 지출이 12% 증가했으나, 실제 휘발유 소비량은 7% 감소했다. 연 소득 12만5000달러 초과 고소득 가구는 휘발유 소비를 거의 줄이지 않았기에 지출이 19% 늘었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저소득 가정이 소비를 급격하게 줄이는 '수요 파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백악관은 연료 수출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에너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내 정치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즈호 증권의 로버트 야우거 상품 스페셜리스트는 휘발유 가격이 배럴당 5달러까지 가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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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제 유가(브렌트유·서부텍사스산원유)는 이날 미국과 이란이 평화 합의에 근접했다는 기대감에 7% 이상 급락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트레이드네이션의 선임 시장분석가 데이비드 모리슨은 "투자자들이 '평화 프리미엄'을 반영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촉발했다"며 "다만 해협이 다시 열려도 해운과 교역 흐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원유 재고 자체가 위험할 정도로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지역별로 분포가 불균형하다는 점, 완충 재고가 줄었다는 점 등은 일부 지역의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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