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여파 속 대체 출전 구상
이탈리아 체육계에서도 반대 의견 거세
FT "트럼프-멜로니 관계 복원 시도 성격"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이란을 제외하고 이탈리아를 대신 출전시키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정작 이탈리아 정부와 체육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월드컵 출전권은 정치적 판단이나 외교적 제안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얻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이란을 제외하고 이탈리아를 대신 출전시키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정작 이탈리아 정부와 체육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이란을 제외하고 이탈리아를 대신 출전시키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정작 이탈리아 정부와 체육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23일(현지시간) 안사통신을 비롯한 현지 매체는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 대신 이탈리아가 월드컵 본선에 합류하는 방안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월드컵 본선 출전권은 경기장에서 따내야 한다"며 "이런 방식의 대체 출전은 기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루치아노 부온필리오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방식으로 출전하게 된다면 모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본선 진출은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파트너십 특사인 파올로 잠폴리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이란 대신 이탈리아를 월드컵 본선에 출전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잠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사업가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나는 이탈리아 태생이고,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아주리 군단'을 보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라며 "월드컵 4회 우승국인 이탈리아는 대체 출전을 정당화할 만한 족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제안이 오히려 자국 축구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축구 강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적 제안을 통해 출전권을 얻는 것은 더 큰 불명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팀 감독 출신 잔니 데 비아시도 "이란이 빠지더라도 같은 예선 체계에서 차순위 팀이 참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탈리아의 대체 출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란이 불참하거나 제외될 경우 최종 판단권은 FIFA에 있지만, 유럽 예선에서 탈락한 이탈리아가 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이란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FIFA 월드컵 규정상 참가국이 철회하거나 제외될 경우 FIFA가 대체 팀 선정 등 필요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이번 제안의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이의 갈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잠폴리의 구상이 양측 관계를 복원하려는 외교적 시도 성격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를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멜로니 총리가 이를 다시 비판하면서 양측 관계가 냉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를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멜로니 총리가 이를 다시 비판하면서 양측 관계가 냉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를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멜로니 총리가 이를 다시 비판하면서 양측 관계가 냉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월드컵 대체 출전 구상이 외교적 카드처럼 거론됐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아시아 예선을 통해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과의 전쟁 여파로 안전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란 측은 대표팀이 월드컵 참가 준비를 마쳤으며 기권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최근 "이란 대표팀은 참가해야 한다"며 이란의 본선 참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AD

이란은 조별리그 일정을 미국이 아닌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치르게 해달라고 FIFA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이란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오는 6월 개막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