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다낭 거래소로 디지털 협력 새판 짠다
공공·민간 잇는 다낭 거래소 모델 수면 위로
한·베 미래산업 협력, 금융 넘어 공급망으로
한국과 베트남이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을 축으로 한 미래산업 협력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양국은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을 넘어 반도체 산업, 스마트시티, 물류, 의료, 교육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협력의 폭을 넓히며 새로운 아시아형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15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경기 수원 라마다호텔 2층에서 열린 '한·베 블록체인·반도체산업 기술협력 및 정책교류 세미나'에서 구체화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정부·산업·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디지털 자산 제도화와 거래소 설립, 첨단기술 협력, 정책 연계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번 세미나의 핵심은 다낭을 거점으로 한 공공-민간 협력(PPP) 방식의 디지털 자산 거래소 설립 구상이었다. 한국과 베트남은 '다낭 디지털 자산 거래소(Danang Digital Asset Exchange)'를 중심으로 양국의 기술과 제도, 시장 역량을 결합한 공동 협력 모델을 추진하고, 이를 향후 아세안 디지털 금융 허브로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계 경제가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은 금융을 넘어 산업·물류·의료·교육 등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디지털 자산 투자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정부 승인 거래소가 없는 상태여서, 오히려 국가 차원의 제도 설계와 공공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전환의 시점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 정부도 제도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총리 지시를 통해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디지털 자산 거래소 샌드박스 제도를 준비 중이며, 디지털 기술 산업법을 통해 디지털 자산을 합법적 자산 범주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는 규제 중심 접근에서 제도화와 산업 육성 중심으로 정책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 가능성은 더욱 주목된다. 한국은 디지털 자산 규제 경험과 거래소 운영 노하우, 자금세탁 방지(AML)·고객 확인(KYC) 체계, 블록체인 보안 기술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베트남은 젊은 인구 구조와 높은 성장성을 기반으로 시장 확대 속도가 빠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술·제도 역량과 베트남의 시장·성장성이 결합할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디지털 금융 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제시된 다낭 거래소 프로젝트는 민간 단독 사업이 아니라 PPP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공의 신뢰성과 민간의 혁신 역량, 해외 기술 파트너십과 투자유치 효과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로젝트는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1단계에서는 샌드박스 기반 시범 거래소를 통해 기술·보안·규제 시스템을 검증하고, 2단계에서는 PPP 합작 거래소로 확대해 실제 거래와 코인 상장, 베트남 동(VND) 결제 연동 등을 추진한다. 이어 3단계에서는 전국 단위 확장과 함께 아세안 디지털 금융 허브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협력이 단순히 거래소 설립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국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반도체 공급망 관리, 스마트시티 운영, 의료 데이터 활용, 물류 추적 시스템, 교육 및 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넓힐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술협력이 금융 플랫폼 구축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 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다낭은 베트남 중부의 경제 중심지이자 스마트시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도시로, 디지털 금융 실증 모델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모델이 베트남 전역은 물론 아세안 시장으로 확산할 경우, 한·베 협력은 단순한 양자 협력을 넘어 역내 디지털 경제 협력의 선도 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다낭은 디지털 전환과 첨단산업 육성을 도시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며 "한국 민간과의 협력은 기술 교류를 넘어 다낭의 미래 성장 기반을 함께 설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포함한 새로운 금융 인프라 구축은 양국이 공동의 비전을 실현하는 상징적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하은 사단법인 한국 AI 블록체인 과학 기술협회 회장도 환영사를 통해 양국 협력의 의미를 부각했다. 손 회장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한국을 방문해 주신 베트남 주요 기관 대표 여러분께 깊은 환영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방문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 산업 협력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세미나는 AI와 블록체인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다낭 디지털 자산 거래소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라며 "대한민국은 축적된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또 "양국이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 공동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며 "다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프로젝트가 한·베 협력의 상징적 성공 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베트남 측에서 부반띡 과학기술부 전략연구원 부원장, 꾸엔 다낭시 과학기술국 부국장, 쯔엉 다낭시 외무부 팀장, 뚱 자라이성 꾸에년대학교 총장, 응옥 주한 베트남대사관 과학기술부 참사관, 꾸이 주한 베트남대사관 제2 서기장 등이 참석해 양국 간 첨단산업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세미나는 결과적으로 한국과 베트남이 디지털 자산과 AI, 반도체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 실질적 협력의 접점을 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 거래소 설립 논의는 표면적 성과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기술과 제도, 정책과 산업, 공공과 민간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해 공동 성장의 해법을 찾겠다는 양국의 전략적 구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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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패권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수원에서 시작된 이번 대화가 다낭을 거쳐 아세안 전체로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베 협력이 새로운 디지털 경제 질서 속에서 어떤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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