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수첩]사후까지 설계하는 자산관리 전략, 유언대용신탁
최성미 신한 Premier PWM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
최근 대한민국에서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 법적 분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 연감에 따르면 상속 관련 사건은 2023년 5만7000건 수준으로, 2013년 대비 약 64% 증가했다. 특히 가족 간 분쟁이 가장 첨예한 상속재산분할 사건은 2024년 3075건으로 2014년 대비 3.6배 늘어났다. 고령화와 자산규모 확대, 가족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상속은 더이상 일부 고액 자산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 전반의 리스크 관리 영역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기존 상속 제도는 유언이나 법정지분율에 따라 자산을 분배하는 구조로, 실제 집행 과정에서 상속인 간 해석 차이와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자산 보유자가 생전에 금융사와 신탁 계약을 체결해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자산을 직접 관리·운용하고, 사망 시에는 미리 정한 수익자에게 계약 내용대로 금융기관을 통해 자동 상속되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유언과 달리 법원의 검인 절차나 상속인 간 합의가 없어도 집행이 가능해,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 자산 이전의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자산가 상담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요즘 부쩍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 자산가 A씨는 사망 시 자식들이 본인의 배우자를 돌보지 않고 재산에만 욕심을 낼까 걱정이 컸고, 일정의 예금 자산과 살고 있는 집은 배우자에게 상속하고 싶어했다. 이에 현금성 자산은 생전에 은행이나 투자성 상품 등 본인이 원하는 대로 예치·운용하도록 제안했고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해 사후수익자를 배우자로 지정했다. 지금 살고 있는 배우자와 공동명의 집은 본인 비율만큼 은행에 신탁 등기하고 유고 시에는 수익자인 배우자에게 안전하게 소유권 이전이 되도록 했다.
해외에 거주 중인 자녀가 있을 때도 상속 절차가 지연되지 않을 수 있다. 고액 자산가 B씨는 해외에서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할 계획으로 현재 국내 입국이 자유롭지 못한 아들 때문에 상속 절차가 지체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B씨가 보유한 부동산 및 예금을 원하는 비율로 가족에게 골고루 지정 계약하고, 아들에게는 대리인 지정 제도를 활용해 상속집행 시 아들의 내점 없이도 재산 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도왔다. 이처럼 유언대용신탁은 수익자가 해외에 거주하더라도, 계약 체결과 상속집행 시 내점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상속인 전원 합의가 어려운 경우에도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아들이 둘인 90대 자산가 B씨는 장남이 오랜 기간 부모를 부양하며 자신의 부동산과 예금 등 주요 자산을 관리해왔고, 차남은 가족 간 마찰 후 수년째 연락이 두절돼 현재 거주지조차 파악이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향후 상속 처리가 장기간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배우자와 장남이 경제적·법적 어려움이 처할 가능성이 우려되자 유언대용신탁으로 눈을 돌렸다. 이를 통해 상속인 간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사전에 정해진 계약에 따라 자산 이전이 자동으로 이뤄져, 연락이 두절된 상속인이 존재하더라도 법원의 개입 없이 상속 집행을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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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몇 가지 유의할 점도 존재한다. 수익자 지정과 분배 구조는 향후 가족관계 변화나 자산 상황을 고려해 충분히 검토한 뒤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류분 제도와의 관계, 세금 부담, 신탁 보수 등 법률·세무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상치 못한 분쟁이나 비용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문가와 함께 사전에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한다면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 자산 통제권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상속 설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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