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은 왜 '돈 안 되는' 항생제 신약을 도입했나
9년 만의 새 기전 항생제 페트로자
경제성 평가 면제 트랙 적용
항생제 시장 구조 변화 기대
"기술이전·판권도입 활발해질 것"
제일약품이 일본 시오노기제약으로부터 도입한 항생제 신약 페트로자(성분명 세피데로콜)가 국내 출시된 지난 2일, 시장의 반응은 차분했다. 같은 날 제일약품 주가는 전일 대비 2.59%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혁신 신약 출시라는 호재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이 미미했던 것은 항생제 시장 특유의 낮은 수익 구조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병원 등 의료 현장에서 페트로자 도입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페트로자는 세계 최초 사이드로포어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다. 현재 '최강의 항생제'로 불리는 카바페넴마저 무력화시킨 카바페넴 내성균(CRE) 등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을 겨냥한다. 세균의 철분 흡수 통로를 몰래 이용해 침투하는 일명 '트로이 목마' 기전으로 그람음성균의 견고한 이중막을 뚫는다.
6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페트로자와 같은 신규 기전 항생제가 국내 도입된 것은 2017년 저박사(성분명 세프톨로잔·타조박탐) 출시 이후 약 9년 만이다. 그간 공백이 길었던 건 제약사들의 수익 확보가 어려운 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항생제는 내성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 대상과 기간이 제한된다. 처방량이 늘어날수록 '성공'이 아닌 '관리 실패'로 평가되기 때문에 실제 의료현장에선 항균제 관리 프로그램(ASP)을 통해 사용을 엄격히 통제한다. 대량 처방을 통해 매출을 키우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모델'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제일약품 제일약품 close 증권정보 271980 KOSPI 현재가 13,900 전일대비 50 등락률 +0.36% 거래량 8,088 전일가 13,850 2026.04.24 15:30 기준 관련기사 자큐보 1분기 처방액 212억…전년 대비 217% 증가 온코닉테라퓨틱스, 자큐보 유지요법 임상 3상 IND 신청 제일파마홀딩스, 주당 70원 배당…주총서 안건 모두 통과 이 페트로자 출시를 추진한 건 사업성보다 임상적 필요성을 우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페트로자는 건강보험 급여 등재 과정에서 위험분담계약(RSA)이 적용됐다. 신약의 효과, 사용량, 재정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 경우 제약사가 약값 일부를 환급하거나 총액 상한을 설정해 보험 재정 부담을 함께 분담하는 제도다. 항생제처럼 사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매출 예측이 어려운 약물에 RSA가 적용될 경우 제약사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재정 리스크를 감수하는 구조다. 업계는 페트로자 급여 등재를 매출 확대 전략이라기보다 환자 접근성을 우선 확보한 사례로 보고 있다.
제도적 변화가 항생제 산업 전반의 환경을 바꿀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페트로자에 경제성 평가 면제 트랙이 적용되는 등 임상적 필요성이 높은 신약에 대해 보다 유연한 약가 책정이 가능해졌다는 판단이다. 향후 기술이전이나 판권도입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미 제일약품 글로벌사업부문 상무는 "다제내성 항생제 기술이전의 경우 기존 항생제의 단순 개량이 아니라, 기존 치료제가 대응하지 못하는 병원균을 겨냥한 차별화된 기전의 이른바 '슈퍼 항생제'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항생제로 치료가 어려운 내성균에 대한 임상적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항생제는 향후 기술이전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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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균에 대응하기 위한 신약 수요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항생제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448억달러(약 65조원)에서 2034년 643억달러(약 9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성균 확산과 중증 감염 증가가 맞물리면서 필수 의료 인프라로서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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