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르?…공공기관 무분별한 영문 명칭 남용 지적
국립국어원 조사서 영문명 단독 표기 기관 적발
영문 표기 시 한글명 반드시 병기해야
국어원, 지적 사항 해당 기관에 전달 안 해
국어원 홈페이지에만 공지
관련 기관, 지적 사항 인지 못 하거나, 간과
임오경 의원 "강제성 부여 법률 발의중"
영문 기관명의 약칭을 사용할 때 국문 표기를 함께 적어야 한다는 한글 표기 원칙을 지키지 않은 공공기관이 다수 확인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처럼 오래 사용돼 익숙한 경우부터 'KOMIR(한국광해광업공단)'처럼 생소한 사례까지, 다양한 위반이 드러났다. 국립국어원의 지속적인 경고에도 상당수 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11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언어 쓰기 평가' 결과 32개 기관이 기관명을 영어 약칭으로만 표기한 사실이 적발됐다.
현행 국어기본법은 보도자료를 포함한 공문서 작성 시 기관명을 한글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한다. 영어 약칭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한국어 명칭을 병기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32개 공공기관이 영문 약칭만을 사용해 국립국어원의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이런 지적이 정부 내에서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 의원실에 따르면 국립국어원은 평가 결과를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을 통해서만 공개했을 뿐, 평가 대상 기관에 직접 통보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적을 받은 32개 기관 중 23곳(한국농수산유통공사 등)은 해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적 사실을 알고도 개선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영문 약칭 KOMIR를 그대로 한글로 옮긴 '코미르'를 사용하고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자사 영문 표기인 KOMIR를 한글로 옮긴 코미르를 공식 명칭으로 쓴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이라는 정식 국문 명칭을 외국어식으로 변형한 셈이다.
임 의원은 "평가 대상 공공기관이 지적 사실조차 모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립국어원의 공공기관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고, 기관들도 올바른 국어문화 보존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특별시는 국립국어원이 2023년부터 행정안전부 지자체 합동평가의 일부로 시행한 '보도자료 내 국어 사용 평가'에서 2년간 4857건의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어기본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공문서를 작성할 때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쓰고, 어문 규범에 따라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보도자료에 '퍼스널컬러', '펫티켓', '제로웨이스트' 등 외국어를 사용하거나 어문 규범을 어긴 사례로 다수의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는 이후에도 별도의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한 정책 명칭 등에서 불필요한 영어 사용이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한강 관련 사업명에는 '그레이트 한강'을, 한강 버스 사업에는 '리버버스'를 사용하는 등 국어기본법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가 반복됐다.
지하철역 유휴공간을 활용한 '펀 스테이션' 사업에서도 초기 여의나루역에 'Runner Station'이라는 영어 표기만 사용했다가, 임 의원실의 지적 이후 '러너 스테이션'이라는 한글 표기를 추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외국어 발음을 옮긴 수준에 그쳤다.
국립국어원은 국어기본법 제4조와 제14조에 따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국어 순화를 권고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정책 용어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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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의원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상당수의 정책 명칭이 영어로 이뤄져 국어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며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책 용어를 우리말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 권고에 법적 근거를 부여하는 국어기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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