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세계사 변증법적 전환점 맞아
강대국과 상위 1% 시대로 회귀
트럼프 중상주의로 '극한의 불평등' 예고
기존 질서 못 바꾸면 생존조차 힘들어
건물주 보단 대주주, 의대 보단 공대
혁신적 변화 수년 안에 이뤄내야
바흐, 헨델, 비발디…. 굳이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들은 모두 바로크 시대를 풍미했다. 진귀한 보석과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한 궁정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온 향신료가 곁들여진 산해진미 파티를 즐기던 왕과 귀족들이 들었던 음악. 하지만 고귀한 영혼을 간질이는 선율이 흘러나오지 않는 높은 궁정 담 밖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처참한 민초들의 삶이 펼쳐졌다.
지구를 강타한 폭염과 함께 세계사의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종결한 관세 협상이 3세기 동안 성숙해왔던 자유무역 시대를 끝내버렸기 때문이다. 헤겔의 변증법처럼 인류는 다시 그 이전 중상주의 시대로 돌아간다. 극한의 불평등이 지배했던 바로 그, 바로크 음악이 풍미했던 시대로 말이다.
10여년 전 '21세기 자본'을 쓴 직후 서울을 방문한 토마 피케티를 만났을 때 그가 던진 경고가 새삼스럽다. 그는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항상 높아질 경우(r>g) 자본이 점점 극소수에게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극심해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쟁과 같은 큰 위험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의 해결책은 '글로벌 자본세'였다.
'국제 공조'란 이상주의에 바탕한 글로벌 자본세 같은 국제법적 기제는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 유엔(UN)은 뉴스에서조차 나오지 않고,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에 의해 형해화됐다. 약소국은 강대국에 조공을 바치고, 범선을 타고 온 군인에 의해 식민지가 되는 시대. 그 중상주의가 다시 찾아왔다.
왕이 곧 법이던 시대. 중상주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지금의 미국도 다르지 않다. 무슨 뜻인지조차 모를 수천억 달러짜리 투자 패키지를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에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관세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서도 중앙은행에는 금리 인하를 종용하고, 패권약화로 인기 없는 미 국채 수요 증가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마구 허용한다.
바로크 시대는 강대국과 상위 1%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대였다. 피케티가 경고한 극한의 불평등이 일상이었다. 역사가 재현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에서 보듯 '그들만의 리그'에 끼지 않으면 자칫 생존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살기 위해서는 강대국이 무시하지 않는 수준의 능력이 있는 국가가 되는 수밖에 없다.
빨리 바뀌어야 한다. 건물주보다 주식 대주주가 더 추앙받아야 하고, 의대보다 공대 출신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미국으로 빠져나간 대기업 제조업 일자리를 대신할 인공지능(AI)·콘텐츠 등 신산업과 스타트업·벤처가 훨씬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가 수년 안에 숨 가쁘게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데는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인류사는 늘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한 DNA만 살아남았다. 중상주의 시대에도 범선을 타고 생존율 1%의 태평양으로 나간 나라만이 강대국이 됐다. '주식회사'라는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해 모험심 가득 찬 이들이 탄 범선에 투자하면서.
시시콜콜한 일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 큰 개혁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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