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대법원이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사고와 관련해 중국 현지 시공사인 성도건설의 모회사인 성도이엔지에 연대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 부분은 파기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7월 3일 중국 보험사들이 국내 기업인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2021다220741)에서 연대책임을 진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며 해당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실 관계]
SK하이닉스는 2013년 7월 성도이엔지의 자회사인 성도건설과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 가스공급설비 설치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가스 배관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해 공장 2500㎡(약 756평)가 불 탔다. SK하이닉스는 A사 등 중국 보험사에 10억6500만 달러(약 1조1700억원)를 보험금으로 청구했고, 5개 보험사는 SK하이닉스에 8억6000만 달러(약 95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받았다.
이후 중국 보험사들은 중국에서 성도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중국법원은 성도건설에 보험사들이 SK하이닉스에 지급한 보험금 중 재물손해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자 중국 보험사들은 우리나라 법원에 성도건설의 모회사인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1000억원의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에 따라 모회사가 자회사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 △지연손해금 산정에 중국법이 정한 이자율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 등
[하급심 판단]
1심은 성도이엔지가 보험사들에 약 1227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성도건설의 현장 책임자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고 성도이엔지는 이들을 지휘·감독해 사용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배상액은 129억 원으로 감액됐다. 항소심은 △화재사고의 경위와 규모 등에 비추어 성도건설이나 성도이엔지가 화재사고 이후 배상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성도이엔지가 성도건설의 배당결의 등 주요 경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성도건설에서 이 사건 배당 전까지 정기적인 이익배당이 실시된 적 없음에도 화재사고 이후 거액의 이익배당이 결정된 것은 이례적인 점 등을 이유로 성도이엔지에 성도건설의 배상채무에 대한 연대책임이 인정다고 판단하면서도 위 책임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는 기각했다.
항소심은 이 사건 심리를 위해 중국민법 전문가인 베이징대 류카이샹 교수와 중국인민대 장신보 교수 등을 원격영장재판방식으로 감정증인 신문을 진행한 후 판단의 기준이 되는 준거법을 중국법으로 결정했다.
항소심은 "성도건설과 성도이엔지는 완전모자회사 관계로서 기업집단을 구성해 경영전략을 공유하고 기업집단의 본부라고 할 수 있는 모기업인 성도이엔지가 100% 주주이자 중첩적 경영진 구성을 통해 성도건설의 주요 경영 판단에도 영향력이 있었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각기 다른 나라에 설립된 별도 법인으로서 이 사건 화재사고에 이르기까지 수년 동안 원칙적으로 각 사업과 자산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는 성도건설이 SK하이닉스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것으로서 성도건설은 중국 내 관련 면허를 보유하고 자체의 물적·인적 설비를 기반으로 여러 근로자들을 사용해 공사를 수행했다"며 "성도이엔지가 성도건설의 100% 주주로서 결과적으로 성도건설의 성장과 경영 수익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은 지분의 소유관계와 기업집단 구성에 따른 것이지 공사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의 이익이 직접 성도이엔지에 귀속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회사법상 성도이엔지와 성도건설의 연대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성도건설은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직후 성도이엔지에 거액을 배당했는데 이를 배상채무 회피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성도건설은 화재 사고 이전에는 정기적인 이익배당이 실시된 바가 없다"며 "2013년도에 성도건설이 특히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대규모 화재사고가 발생해 직원들이 소방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고, SK하이닉스로부터 배상청구 예고를 받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도이엔지가 기존에 투여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필요가 있었더라도 이처럼 거액의 이익배당을 서둘러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화재사고로 인한 채무를 회피하고자 하는 목적이 개입됐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성도이엔지가 자회사인 성도건설의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며 해당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성도이엔지는 성도건설의 1인 주주로서의 권한을 남용해 화재사고 직후 성도건설로 하여금 거액의 배당을 하게 함으로써 화재 관련 배상채무를 회피하게 했고, 이로 인해 채권자인 원고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따라서 중국 회사법상 성도건설의 채무에 대한 연대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심의 판단에 주주 연대책임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연손해금과 관련해서는 "이는 채무이행 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본래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하는 준거법에 따라야 한다"며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는 경우, 그 법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 법이므로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확정해야 하며, 외국 법원의 해석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민사소송법 제253조와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판결에서 정한 기한 내에 금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배가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실제로 이 사건과 관련한 중국 법원의 판결에서도 성도건설이 구상금 채무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배로 계산한 채무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으로서는 관련 중국판결의 내용과 중국법의 관련 규정 등을 살펴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성도건설의 구상금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청구하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피고가 판결 선고 이후부터는 '배로 계산한 채무이자' 상당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지 않고 원고들의 지연손해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는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중국법에 따른 지연손해금 조항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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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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