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모니 국내 유일 생산에 '러브콜'
中 의존도 낮추기 위해 수급망 다변화
미·중 관세 전쟁 여파로 중국이 안티모니를 비롯한 전략 광물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와 비철금속업계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 주요 철강사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고려아연과 광물 조달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전략 광물의 수입 물동량 추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응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중국이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한 이후, 국내 철강 기업들은 최근 고려아연 과 직접 접촉해 대체 수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스폿 거래(일회성 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 원료구매 담당자들은 올 초 고려아연을 직접 방문해 안티모니 스폿 물량을 확보했으며, 유럽과 터키 등 제3국 공급처를 대상으로도 수급망을 다변화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역시 올해 초 고려아연을 찾아 안티모니 수급 방안을 논의하고, 상반기 중 계약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이 수출을 통제한 전략 금속에 대해 국내외 대체 수급망을 전방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사들이 고려아연과 계약을 맺는 건 국내 유일의 안티모니 생산업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생산량은 3604t에 달했다. 이 중 70%는 국내에, 30%는 유럽과 일본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3800~4000t을 목표로 한다.
안티모니는 철강 합금의 경도와 내식성을 높이는 핵심 첨가물이다. 차량용 전장 부품 및 고기능성 철강재에 활용도가 높아 주요 철강사의 원가와 품질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재로 꼽힌다. 탄약·미사일·포탄 등 군수물자 생산에 필수적인 전략물자이자 차량 대시보드, 텐트 등 내열 소재 및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쓰임새가 점점 확대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안티모니는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의 통제 등으로 국내 안티모니 수입 통계에서 중국산 의존도는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안티모니 수입량의 85.9%를 차지하던 중국산 비중은 올해 1분기 들어 12%까지 급감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량도 49만9871kg에서 26만94kg로 반토막 났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면서 가격은 치솟고 있다. 안티모니 가격은 지난해 2월 기준 t당 1만3650달러(약 2027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2월 말 6만2000달러까지 치솟으며 1년 새 4배 이상 급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유관기관들도 수급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급 위기에 대비해 물동량 추이를 점검하고 있다"며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품목 중 수출이 지연되거나 사실상 중단된 자원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은 안티모니에 이어 지난 2월엔 텅스텐, 몰리브덴,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5개 전략 광물 품목에 대해서도 추가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고려아연은 이 중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을 생산하고 있다. 인듐은 반도체 기판, 항공기 엔진, 태양광 패널 등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고려아연은 연간 150t가량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또 고온 초전도체 소재, 차량 변속기 부품 등에 활용되는 비스무트를 연간 900~1000t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태양전지, 열전소재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텔루륨의 생산 규모는 연간 100~200t 정도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중국 핵심 광물 수출통제를 계기로 세계 공급망에서의 고려아연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며 "전략 광물생산 안정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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