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AI 신약 난제 풀리나…효능·생산성 동시에 잡았다
서울대 백민경·윤태영 교수 공동 연구팀
SPID플랫폼에 알파폴드·프로틴MPNN 적용
생산성·결합력 높여
아달리무맙 변이체 도출
기존 100분의 1 양으로
동물실험서 같은 효능
국내 연구진이 생산성과 결합력을 동시에 잡은 인공지능(AI) 항체 신약 개발에 한걸음 다가섰다. AI로 만든 항체의 결합력 향상 시 생산성이 저하되는 기존 항체 공학의 한계를 극복하며 AI 기반 신약 설계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백민경·윤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게재했다. '대규모 데이터 지형 탐색을 통한 AI 기반 항체 구제 및 치료 최적화의 구조적 논리 규명'이라는 제목의 해당 논문은 정식 국제 학술지 게재에 앞서 '프리프린트(Preprint·사전공개논문)' 형태로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
AI 항체 신약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도약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개발 과정에서 결합력과 생산성 사이의 딜레마가 고질적인 난제로 꼽혔다. 질병 원인 물질(항원)에 아주 잘 달라붙는 항체를 찾아내더라도 정작 의약품 공장에서 대량으로 배양·생산하려고 하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는 우수한 특성을 가진 아미노산이라도, 이들을 하나의 항체에 결합해 놓으면 오히려 결합력이 무너지거나 생산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이른바 '부정적 상위성' 현상 탓이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 전문가들은 AI가 항체 신약 개발에 쓰이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항원과 항체가 결합하는 핵심 부위인 '상보성 결정 부위(CDR)'의 아미노산 서열이 항체의 전체 뼈대 구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항체 단백질 자체가 불안정해지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 CDR 서열을 변형했을 때 이 조각이 항체의 나머지 3차원 구조와 물리적으로 충돌하면 항체 단백질이 올바르게 접히지 못하고 구조가 망가진다. 세포는 이렇게 구조가 불량인 단백질을 스스로 폐기하므로 결국 공장에서 항체를 대량 생산해낼 수 없게 된다.
연구팀은 국내 바이오텍인 프로티나가 보유한, 일주일에 수만 개의 항체 변이체를 정밀 분석할 수 있는 단일 분자 단백질 상호작용 검출(SPID) 플랫폼을 통해 아달리무맙(자가면역질환 치료·제품명 휴미라) 변이체 9517종의 데이터를 확보해 결합력과 생산성을 동시에 측정했다. 그 결과, 이 두 가지 특성이 마치 험준하고 불규칙한 산맥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히 좋은 돌연변이들을 이어 붙이는 것만으로는 최적의 항체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정답을 찾기 위해 AI 기술을 적용했다. 구체적으로는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3(AlphaFold3)'와 단백질 역설계 인공지능 모델인 '프로틴MPNN(ProteinMPNN)'을 활용해 항체의 3차원 구조와 생산성 간의 숨겨진 규칙을 파악해 냈다.
이를 통해 결합력은 뛰어나지만 생산성이 낮아 신약 후보 물질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던 항체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이 구조를 분석한 뒤, 단 하나의 아미노산만 교체하라는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이 구조 기반의 '구제 전략'을 실제 항체에 적용하자, 항체가 표적에 달라붙는 결합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세포 배양 생산성만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최종적으로 발굴된 최적의 차세대 아달리무맙 변이체(클론 1207·1208)는 실제 동물 실험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체내 효능을 최대 100배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보였다. 연구팀이 건선을 인위적으로 유발한 마우스(실험용 쥐) 모델에 이 새로운 항체들을 투여한 결과, 기존 치료제 투여량의 20분의 1에서 최대 100분의 1에 불과한 극소량만으로도 피부의 심각한 염증과 두께가 정상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부작용이나 체중 감소 없이 오직 질병만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100배 강화된 치료 효능을 입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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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존 약물을 훌쩍 뛰어넘는 기적에 가까운 효능 향상은 항체가 표적 물질에 들러붙는 힘 자체가 강해진 것을 넘어, 한 번 결합하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오래 유지되는 '복합체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측정 결과 기존 아달리무맙은 표적과 결합을 유지하는 시간이 1.8시간 정도였지만 새롭게 설계된 항체 변이체는 50시간 동안이나 결합을 유지하며 약효를 지속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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