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西晉)시기 '진고구려귀의후'
신화통신 "고구려, 중원왕조 관할 증거"
1700여년 전 고구려 황금 인장이 중국 한 박물관에 기증된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이를 두고 '중원왕조가 고구려를 관할한 증거'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동북 지역 지린성에서 열린 2025년 국제 박물관의 날 행사에서 서진(西晉) 시기 '진고구려귀의후(晉高句驪歸義侯)' 말 모양 황금 인장이 지안(集安)시박물관에 기증됐다.
진고구려귀의후는 지난달 경매사 차이나가디언의 홍콩 경매에 출품됐고, 1079만7000홍콩달러(약 19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당시 한 일본인 소장가가 경매에 내놓은 이 인장은 지안시 출신인 진더우그룹 진밍난 회장 부부가 낙찰받은 뒤 박물관에 기증했다. 인장은 도장면 2.4×2.3㎝에 전체 높이 2.8㎝(도장 높이 0.6㎝), 무게 약 88g이다. 도장에는 '진고구려귀의후'라는 글자가 선명한 필치로 새겨져 있다.
신화통신은 이 인장이 서진이 소수민족 고구려에 준 관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서 발견된 고구려 조공·책봉 관련 인장 6점에 비해 규격이 높고, 그것들과 완전한 연쇄 증거를 이뤄 서진 시기 고구려가 중원 왕조의 유효한 관할 아래 있었음을 증명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해 학계 논란이 예상된다. 이어 통신은 "황금 인장은 소수민족과 중원 왕조 교류의 진귀한 실물 증거이자 동북 변방 역사 추가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韓 사학계 "당시 국제 정세 등 종합적 고려해야"
이 같은 중국 측 주장과 달리 한국 사학계에서는 고대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 형식이었던 조공·책봉 관계나 당시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대재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지난 3월 한국고대사학회에 이 인장을 소개하면서 한(漢)·위(魏) 이래로 중국 중원 정권은 주변 이민족 수장에게 책봉과 함께 관인을 수여하는 외교적 전통이 있었으며, 위·진(晉) 시기에는 관인 등급이 국왕인-귀의왕후인-솔선인 등 3등급으로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실물이 전해진 '진고구려' 인장은 3등급 '솔선'들만 있었는데, 진고구려귀의후를 통해 2등급 '귀의후' 인장이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박 교수는 "금인(황금 인장)의 수집 경위나 진위 여부는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면서 "향후 중국에서 관련 연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중국 일각에서는 인장의 존재를 고구려에 대한 진의 지배를 보여주는 실물 자료로 확대 해석해 보지만, 책봉과 인장의 분급은 동아시아의 오래된 외교적 형식으로 실제 국제 정세와 상당한 거리에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4세기 이후 진은 북방의 오호(五胡)에 의해 판도가 크게 위축된 상태에 있었고, 대외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비나 오환 및 고구려의 수장에게 금인을 나눠준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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