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49억' 20대 보이스피싱 총책 5년 추적 끝 검거

중국에서 도피 생활 이어오다 검거
SNS에 "부모님 선물" 사진 올리며 자랑도

중국에 기반을 두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행각으로 49억원을 뜯어낸 조직의 총책이 추적 5년 만에 검거됐다.

중국 기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A씨가 인천공항에서 체포돼 경찰차로 이동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 수사 2대는 사기 등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부터 친구, 지인 등과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든 뒤 중국 칭다오에 근거지를 두고 국내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중국의 콜센터에서 피해자에 전화를 걸어 "저금리 대환 대출이 가능하다"며 "기존 대출금 상환이 우선 필요하니 현금으로 인출해서 은행직원에게 전달하라"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중계기를 활용해 중국 발신 번호를 국내에서 걸려 온 번호로 바꿔 표시되게 했다.

이에 쉽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가 현금을 전달하면, 대포 통장 여러 계좌로 송금했다가 인출해 '돈세탁'을 한 뒤 경기도 지역에 있는 환전소를 통해 중국으로 돈을 보냈다. 이렇게 송금된 피해 금액은 4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수사기관이 인적 사항을 확인한 피해자는 십수 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50대 서민들로, 여러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이자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속아 1억 2000만원을 한꺼번에 잃은 40대 피해자도 있었다.

A씨가 이끄는 조직원 22명은 2021년 전원 검거됐으나, 총책인 A씨는 도피를 이어갔다. 경찰은 여권 행정 제재와 인터폴 적색 수백 조치를 하고 최근까지 5년간 A씨를 추적해왔다. 한국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은 중국 당국이 A씨를 추방 조치해도 A씨는 비행기 티켓만 사 중국을 떠나는 척하면서 계속 머무르는 수법으로 도피를 이어갔다.

도피 생활을 하던 A씨가 SNS에 올린 사진들.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A씨는 도피 중에도 해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나갔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엄마, 아빠 결혼 30주년 선물! 나는 멀리 있지만!"이라는 글과 함께 귀금속 등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달 중순에도 A씨는 중국 당국의 추방 명령에 비행기표만 예매하고 출국하지 않는 수법을 쓰려고 했지만, 발각돼 강제 출국 조치가 됐다. 결국 한국에 입국한 A씨는 지난 14일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A씨 등에서 1억4000만원 현금을 압수하고, 계좌에 남은 돈도 추적, 몰수 추징 보전 조치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