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마가의 '정신승리'를 수행하는 미디어 문화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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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금리 등 미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제조업이 부활할 것으로 확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또 하나의 전쟁'을 수행 중이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표적 문화 예술 기관 존 F. 케네디센터 이사장에 취임하고 이사회 임원들을 해임했다. 진보 성향의 케네디센터가 드래그퀸(Drag Queen·여장남자)이 등장하는 공연을 무대에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예술과 문화의 황금시대를 위해 나의 비전을 함께하자"라며 케네디센터를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정신승리'를 실현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슈퍼볼을 관람했다.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결승전에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연인이자 캔자스시티의 간판선수 트래비스 켈리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전광판에는 수시로 스위프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비쳤다. 환호는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었다. 그는 경기 후 "패배한 캔자스시티보다 더 힘든 밤을 보낸 사람은 스위프트"라며 조롱했다. 스위프트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에 대한 트럼프스러운 뒤끝이다. 이제 NFL 경기장에서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는 찾아볼 수 없다. 터치다운 뒤 트럼프 대통령이 연상되는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우파 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집권 2기 트럼프 정부는 조 바이든 정부의 진보적 어젠다에 사망 선고를 내리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미국인이 열광하는 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언론은 이 같은 현상을 문화 충돌(Conflict)이 아니라 전쟁(War)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정부는 1기 때부터 언론매체와 문화 예술계 인사, 할리우드 스타를 상태로 일전을 불사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과도 대립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탈환에 성공한 지금 이 전쟁의 승기는 일단 그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는 것으로 트럼프 정책에 화답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포용성에 기반한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훌륭한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남성성·여성성의 문제는 다른 사안"이라며 정치적 올바름을 포기하고 정치적 줄서기를 택한 것은 미국 기업 문화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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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인 미디어의 출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1만1500건이 넘는 신청이 접수됐다. 여기에는 당연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 비판적 성향의 기성 언론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포드캐스트에 출연해 큰 성과를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승리'를 수행하는 문화전쟁의 가장 효율적 무기는 미디어다. 그는 새로운 미디어에 기반한 '미디어 문화 전쟁'으로 판을 키우고 질주할 채비를 마쳤다.


임훈구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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