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사옥에서 이뤄진 역사적 회동
한·미·일 기업대표 한국서 한자리 모여
AI·반도체 기술 협력, 투자 이어질 것
연이은 리스크 불식한 삼성 자신감 찾아야
4일 오후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삼성전자 서초사옥 1층 로비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을 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들이 이른 시간부터 모여들었다.
이날 오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을 방문해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직접 찾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자 현장은 더욱 술렁였다. 앞서 서울 중구에서 열린 개발자 워크숍에서는 올트먼 CEO가 여러 기업 대표들과 잠깐 만났기에 그가 서초사옥까지 직접 찾아올 것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올트먼 CEO뿐만 아니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까지 전격 방한하자 서초사옥은 더욱 주목받았다.
미국과 중국이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글로벌 AI 거물들의 만남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회동이 단순한 만남을 넘어 향후 AI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전략적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회동에서 더욱 눈에 띈 점은 서초사옥의 분위기였다. 이재용 회장이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법적 리스크를 해소한 데다 거물들이 몰리면서 사옥은 북적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번 회동이 그의 글로벌 경영 행보에 더욱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실적 악화로 ‘위기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AI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미국의 대형 AI 프로젝트 연합 ‘스타게이트’에 참여하게 된다면 반도체·AI 분야에서의 영향력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서초사옥의 분위기가 삼성의 모든 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남아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회동이 긍정적으로 비칠 수 있음에도 사전 공지나 홍보 없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지금 삼성이 단순한 협력을 넘어 AI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대담한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다소 침체된 모습이다. 과거 초격차로 대표되는 반도체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준 영향이 크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타개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AI 기술의 선도기업 대표가 협력을 요청한 만큼 삼성 입장에선 분위기를 바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는 데 글로벌 동맹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반도체 기술의 복원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AI 산업은 속도전이며 기술력이 곧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기술을 중심에 두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삼성이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를 선점할 유일한 길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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