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 확대·환율 불안 등 동결 요인
경기 부진·저성장 위험 상존 공감…2월 인하 가능성↑
지난달 기준금리 3.00% 동결을 결정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이 가장 주목한 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원·달러 환율 불안'이었다. 위원들은 외환 위험뿐 아니라 경제 성장 하방 리스크 역시 커진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미국 등 주요국 정책 변수와 국내 정치 상황 전개 양상, 지난해 10·11월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확인하면서 '숨 고르기'를 할 때라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한은이 4일 공개한 올해 첫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1월16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동결을 지지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확인이 필요한 대외 요인으로는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정책, 한·미 금리차 확인 등을 꼽았다. 한 위원은 "세계적인 강달러에 국내 정세 불안이 더해진 현시점의 추가 금리 인하는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겹친 현시점에서는 금리를 일단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고 지난 두 번의 금리 인하 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미국 신정부의 정책 방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 국내외 정치 경제적 상황을 지켜본 후 추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 역시 "주요국 정책 및 국내 정치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Fed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함에 따라 위험 선호가 약화하고 미국 달러화가 큰 폭 강세를 보였고, 국내 금융·외환시장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 역시 확대됐다"며 "최근 큰 폭으로 상승한 원·달러 환율이 금융안정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말 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의 전개 양상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다른 위원은 "과거 두 차례의 탄핵 경험에 의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3~6개월 내에 해소되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면서도 "이번엔 과거보다 경제 심리 급락 정도가 크고 환율 상승 등 대내외 환경이 엄중하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물가는 대체로 목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나, 환율상승으로 인한 상방 리스크 증대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위원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성에 불확실성을 더해가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불확실성은 국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공통적인 리스크 요인이나, 국내경제는 개별 요인인 정치 갈등으로 인해 환율 등 가격변수 변동성 확대, 대외신인도 및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 등을 불러왔다"며 "기준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Fed의 금리 인하 기대 폭이 축소됐고, 향후 미국 정책금리 경로에 대한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도 견해 차이가 커 기준금리 방향을 섣불리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동결을 주장한 또 다른 위원 역시 "국내 정치 상황이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을 아직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추경 편성 여부와 시기 등과 관련된 전망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정책효과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는 신성환 위원이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내수 부진과 경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진 점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민간소비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당초 전망보다 낮을 가능성이 커졌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올해 성장률 또한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 밖의 호조세를 보이거나 확장적 재정정책이 시행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초 전망 대비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한편 물가는 최근 환율의 빠른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과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이 서로 상쇄되며 소비자 및 근원물가 상승률 모두 전망 경로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이날 위원들은 성장과 경기 부진을 고려하면 금리를 낮출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3개월 이후 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6인 전원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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