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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준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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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준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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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 오리도 수영할 수 있다(A Lame Duck Can Still Swi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차남 헌터 바이든을 사면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논평이다. "사면은 물론 감형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반년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아들을 품에 안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내놓은 성명에는 정치인답게 "자신의 결정을 이해해달라"라는 말뿐 사과는 없었다. 민주당 안팎으로 배신감에 넋이 나간 이들의 표정, 보수 진영의 조롱, "정치인이 그럼 그렇지"와 같은 중도층의 냉소까지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몫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 결정이 인간적으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헌터는 지난 6월 불법 총기 소지 및 세금 포탈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고 이달 형량 선고를 앞두고 있던 상태였다. 이론상 적용될 수 있었던 형량만 총기 법령 위반 사건이 최대 25년, 탈세 사건이 최대 17년이었다고 한다. 이미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에 이어 차남까지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엄습했을 것이다.

미국 전직 대통령의 가족 사면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코카인 복용 혐의를 받은 이복형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역시 첫 임기 막바지에 자신의 사돈을 사면한 바 있다. "헌터 바이든이 나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됐다"는 성명 속 문장만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자기 아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두고두고 민주당에 족쇄로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2021년 자신의 선동으로 의회를 향해 진격했던 폭동 주범들을 사면할 명분이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각을 충성파로 채우고 복역 중인 심복을 해방해도 민주당이 공격하면 ‘내로남불’이 된다. 미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당선인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던 바이든 대통령의 비판은 본인과 민주당을 향한 부메랑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현지 언론들은 탄식하는 분위기다. WSJ는 물론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마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유산에 제 손으로 먹칠을 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로 자신을 옭아매던 사법 리스크를 벗어던졌고, 공화당은 양원을 장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 바꾸기로 민주당이 내세우던 도덕적 우위마저 사라졌다. 더는 거칠 것이 없어진 트럼프 당선인의 ‘라스트 댄스’가 4년 동안 어떤 춤사위를 선보일지 벌써 두렵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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