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부탄, 코인 '존버' 성공
우크라전 종식 이후 러 코인 유입 기대
트럼프 2기 집권부터 정책수혜 커질듯
비트코인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9만달러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러한 비트코인 급등세 속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국가로 엘살바도르와 부탄이 주목받고 있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경우 그동안 러시아에 묶여있던 비트코인 등 각종 가상화폐들이 다시 통용되며 가상화폐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3년 코인 존버에 성공한 나라, 엘살바도르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한 후 예산을 들여 비트코인 매수에도 나섰다. 당시 막대한 국가 부채에 시달리던 엘살바도르의 결정에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상화폐의 법정화폐 채택이 너무 큰 리스크라며 공식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의 결정은 자국민들의 반발도 샀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나 여론조사 없이 갑작스럽게 발표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반대 시위가 극심했고, 일부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에 불을 지르거나 파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부켈레 대통령은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친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배경에는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있었다. 원래 엘살바도르는 법적 공용 화폐로 미국 달러를 사용했으나, 이로 인해 자체적인 경제 정책을 펼치기 어려웠다. 미국의 금리 정책과 경제 정책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18년 미국의 지원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경제가 크게 흔들렸고, 이에 경제 자주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엘살바도르는 19세기부터 미국의 관리 하에 있던 대표적인 친미 국가로, 현재도 미국으로부터 매년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금 삭감 이후, 미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새로운 법정 통화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자체 화폐 발행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신용도 확보가 어렵고 발행 비용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극단적이지만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엘살바도르는 약 593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매입가는 4만달러 선으로, 현재 9만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 가격을 고려하면 2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비트코인 매입 금액으로만 따져도 2억4000만달러(약 3341억원) 규모에 매수해 현재 5억달러(약 6961억원) 수준으로 가치가 뛰었다.
코로나19 관광산업 직격맞았던 부탄, 코인으로 활력
한편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부탄도 2017년부터 비트코인을 모으기 시작해 현재 엘살바도르의 2배가 넘는 1만25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탄의 비트코인 보유 사실은 올해 초에 처음 공개됐으며, 대부분을 채굴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탄이 대규모 비트코인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채굴장들이 이전하면서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와 전력난이 겹치면서 2020년경부터 채굴장 단속을 시작했다. 당시 중국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들 채굴장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부탄 등으로 흩어졌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위치한 부탄은 채굴장 운영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수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80만도 되지 않는 적은 인구로 인해 전력 소비량이 적었다. 또한 고산지대의 차가운 기후는 서버 과열 방지에도 도움이 됐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어 봉쇄조치 없이 채굴장 운영이 가능했다.
우크라 전쟁 휴전 분위기…러 코인 돌아오나
러시아도 최근 브릭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자화폐 결제 플랫폼 구축을 제안하고, 가상화폐 채굴을 합법화하는 등 비트코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비트코인 보유국이었으나, 전쟁 이후 대러 제재로 인해 비트코인의 국제 거래가 어려워졌다.
러시아는 국제 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 제재를 받으면서 국제 거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 거래가 달러화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제재는 치명적이었다. 이에 러시아는 지난 7월 말부터 개인과 법인의 자유로운 코인 채굴을 허용하고, 국제 거래에서 가상화폐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법을 제정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비트코인 전망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비트코인을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현재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제도권 자산보다는 대체 자산으로 인식됐으며, 때로는 테러 단체나 제재 국가, 범죄 집단의 거래 수단으로 각인되기도 했다.
화폐와 원자재, 2개 성격 모두 보유한 비트코인
다만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큰 가격 변동성이 해소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원자재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어 가격이 국가별로 차등이 있으며, 24시간 거래되는 특성상 변동성이 매우 크다. 이는 안정적인 가치를 요구하는 화폐의 특성과 배치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러시아에 갇혀있던 비트코인들이 시장에 풀리고,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해결될 경우 글로벌 비트코인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은 여전히 많은 거래소와 채굴장을 보유하고 있어, 미중 관계 개선은 비트코인 시장 확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이 국제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거래 비용 감소와 신속한 국제 송금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소외된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새로운 경제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큰 가격 변동성은 국제 거래에서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비트코인이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와 화폐로서의 기능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발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송윤정 PD singasong@asiae.co.kr
이경도 PD lgd012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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