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입주와 관련해 은행권이 잔금대출 취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업이 대출 규모가 3조원에 이르는 대어(大魚)지만 당국과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둔촌주공 잔금대출을 취급하기로 했거나, 취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을 필두로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신한은행은 공급 규모·시점·금리 등을 확정했고, 우리은행 역시 이를 검토 중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총 3000억원 한도로 잔금대출을 취급한다. 금리는 5년 주기형 상품 기준 최저 연 4.8% 수준이다. 하나은행도 3000억원 한도로 이를 취급하며 금리는 고정(혼합)형 기준 최저 연 4.61%, 변동형 기준 5.01%로 정해졌다. 농협은행의 한도는 2000억원으로, 금리는 5년 주기형 기준 최저 연 4.80%다.
우리은행의 경우 총한도 500억원, 금리는 4.8% 안팎 수준에서 잔금대출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도 증액은 내년에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한도를 1000억원, 금리는 금융채 5년물에 1.5%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했지만 공급시점을 내년으로 미뤄뒀다. 이들 5개 은행이 둔촌주공에 공급하는 잔금대출 한도는 총 9500억원 규모다.
입주세대만 1만 세대가 넘는 둔촌주공 사업은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각 은행이 적극적으로 영업 경쟁을 벌일 만한 사업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5개 은행이 내놓은 한도(9500억원)는 전체 잔금대출 규모(3조원) 대비 미약한 편이고, 제시된 금리 수준 또한 매력적이지 않은 수준이다. 앞서 잔금대출에 나선 새마을금고 등은 4%대 초반의 금리 수준을 제시하기도 한 바 있다.
이렇듯 은행권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배경엔 금융당국과 은행의 가계부채 관리가 있다. 일례로 잔금대출을 500억원 한도 내에서 취급기로 한 우리은행은 가계대출이 이미 지난 8월 총량 목표치(115조4000억원)를 넘어선 상태다. 내년부터 잔금대출을 취급기로 한 신한은행 역시 목표치(120조5000억원)를 넘은 지 오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대 수가 1만세대에 이르고, 분양가격을 감내할 만한 우량고객이 많은 사업장인 만큼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각 은행이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일 만한 사업장"이라며 "그러나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영향으로 각 은행은 각자가 이미 내준 중도금 대출 등을 상환하는 수준에서 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총량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오는 27일부터 내년까지 입주장이 펼쳐지는 만큼 형식적으로라도 참여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 증액은 어렵고, 새해엔 경우에 따라 한도를 증액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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