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AI칩 수요 적극 대응
"美대선 누가 당선되든 추가 투자 압박 예상"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유럽 공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대만 정부 고위 관리가 밝혔다. 미국, 일본, 독일 등으로 생산기지를 다각화하는 가운데 유럽에서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14일 우청원 대만 국가과학기술위 주임위원(장관)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럽) 첫 번째 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다양한 시장을 위해 몇 개의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TSMC가 유럽에서 추가 공장 건설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 주임위원은 유럽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TSMC는 중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대비해 미국, 일본, 독일 등 새로운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 8월 유럽 첫 공장으로 독일 드레스덴에서 100억유로(약 14조8225억원)를 투자해 칩 제조 공장을 착공했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정부가 전체 투자액의 절반에 달하는 50억유로를 지원한다. AI칩과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으로, 2027년 말 생산을 시작한다.
우 주임위원은 미국 엔비디아와 AMD 등 AI칩 시장이 TSMC에 가장 중요한 부문이 될 것이며,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TSMC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기업은 유럽 시장에서도 일할 수 있을 것이므로 TSMC는 다음 공장 계획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TSMC가 드레스덴 공장을 확장할지 아니면 EU 다른 지역에 새로운 생산 기지를 건설할지는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 주임위원은 대만 정부가 드레스덴과 가까운 체코에 TSMC 공급업체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과 체코 학자들을 위한 공동 연구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체코는 중국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만, 대만과도 긴밀한 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우 주임위원 등 대만 고위 관리들이 체코를 방문하기도 했다.
다만 TSMC는 블룸버그에 글로벌 확장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시점에서는 새로운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우 주임위원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라는 추가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TSMC는 애리조나에 3개 공장을 짓기 위해 650억달러 이상 투자를 약속했다.
우 주임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이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만 기업들에 고통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아마 대만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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