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올해 2분기(5~7월) 매출과 순이익 모두 월가의 예상치를 넘어섰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 날 6.4% 폭락했다. 이틀 후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와 9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전반적인 투심이 살아나며 엔비디아 주가는 1.5%가량 뛰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 3조달러 선은 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전망을 넘어선 실적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왜 엔비디아에는 적용되지 않았을까.
우선 2분기 실적과 3분기 매출 가이던스(전망) 모두 '위스퍼 넘버'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스퍼 넘버는 증권사가 외부에 발표하는 공식적인 전망치가 아닌 증권사 내부의 실제 실적 예상치다. 또 엔비디아가 최신 AI 칩인 '블랙웰'을 4분기 출시키로 했으나, 해당 분기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낼 것이란 기대만 언급할뿐, 구체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근본적으로는 올 2분기부터 거세진 'AI 버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AI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지만 AI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에서다. 벤처캐피털(VC) 업체 세콰이어 캐피탈은 AI 기업들이 관련 산업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려면 연간 6000억달러의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엔비디아가 2분기 30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거두긴 했지만 모든 기업들이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건 아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올해 연간 매출 전망은 34억달러에 그친다. 결국 빅테크들의 AI 군비 경쟁이 실질적인 AI 수익 모델 실현으로 이어질 지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 예상을 단순 상회하는 것을 넘어 크게 웃돌았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엔비디아가 구축해 놓은 사업적 '해자'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 또한 엔비디아 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AI 관련 서비스를 개발할 경우 보다 쉽게 이 같은 작업이 이뤄지도록 '쿠다'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2006년부터 제공해 왔다. 쿠다를 활용한 AI 프로그램 개발에 익숙해진 개발자들은 쿠다를 쓰지 않는 여타 업체의 GPU 사용시 제품 설계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엔비디아가 GPU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사업자로 군림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엔비디아 독점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GPU 가격이 몇배로 치솟자 개발자를 더 채용하더라도 엔비디아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한 AMD와 같은 여타 업체의 GPU를 쓰는 업체가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빅테크 외에 리벨리온과 같은 스타트업 등이 자체 AI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반의 다양한 유료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이들이 스마트폰처럼 생활 필수재로 자리잡는다면 엔비디아는 글로벌 시총 1위 탈환은 물론 압도적인 AI 슈퍼스타로 위상을 굳힐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엔비디아의 운명은 엔비디아의 기술력 못지 않게 AI 시장이 얼마나 가파르게 성장하느냐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챗GPT 출시 후 1년 반이 훌쩍 지났음에도, 기업은 물론 개인의 생산성에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생성형 AI 시장 개화에 따른 최대 수혜자지만 AI 시장 확산을 주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자자들의 고심은 계속될 것 같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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