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돈은 아니지만 월 100만원 때문에 응급의학과 수련을 선택하진 않겠죠. 응급실 사태의 본질을 모르고 있어요." 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응급의학과 3년 차 수련을 하다가 사직한 전공의는 월급을 적게 줘서 병원을 그만둔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하면 갈비뼈가 골절되는 일이 흔한데 그러면 죽을 사람을 살려놔도 돈을 물어내야 한다. 환자가 사망하면 형사처벌까지 받는 일이 흔하다. 이런데 100만원 더 준다고 응급실로 돌아가겠냐"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27일 국무회의서 의결한 2025년 예산안에는 전공의 지원 대상 필수과목 범위를 기존 소아청소년과 하나에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까지 8개 과로 늘리고 해당과 전공의에게 매달 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 계획이 정부가 의료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응급의학과만이 아니다. 2022년 수련을 마친 신경외과 전문의는 "100만원은 전혀 의미 없다. 신경외과 전공의의 가장 큰 고충은 한밤중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수술과 끝없는 당직"이라며 "전공의에게 100만원씩 줄 돈을 모아서 교수를 추가 채용하는 게 전공의에게 더 도움된다"며 답답해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의료공백에 대한 정부의 '오진'은 이뿐만 아니다.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속출하자 ▲응급실 전문의 진찰 시 진찰료 가산 ▲권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 전담인력 인건비 지원 ▲경증·비응급환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이용 시 본인부담률 상향 등의 대책을 부랴부랴 추진 중이다.
표면적으론 당장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배후진료'가 불가능한 것이다. 최근의 응급실 뺑뺑이는 의료사태로 종합병원 진료능력 전체가 축소돼서 일어난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도 긴급 생명유지 처치 뒤에 본격적인 치료를 맡을 담당진료과목 의료진이 병원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계는 응급실 진료비를 더 주는 땜질이 아니라 배후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구멍 난 필수의료 진료과목 전공의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지원책은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도 이미 드러났다. 대표적 기피 과목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몇 년째 수직 낙하하자 정부는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시범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올해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6.2%로 지난해 25.5%와 거의 차이가 없다.
정부가 최근에 내놓고 있는 전공의 대책은 효과가 없을 것을 알면서도 그냥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정부는 올해 의료사태 발생 이전부터 의료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터졌다고 아우성치면 일단 "큰 문제는 없다"며 질질 끌고 버텼다. 더 못 버틸 때가 되면 "의료수가나 보조금을 조금 더 주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런 대응의 상당수는 효과가 없었다. 최근의 응급실 사태 대처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이러다가 결국 전국 모든 응급실이 마비될까 걱정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